대학가 원룸, 서비스제고만이 살길
대학가 원룸, 서비스제고만이 살길
  • 이민영
  • 승인 2006.08.03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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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 학교의 기숙사는 군대 막사를 방불케 하였다. 한방에 5명에서 10명까지 함께 자는 것은 보통이고, 공동 편의시설이라고 해봐야 공동 화장실이나 샤워실이 고작이었다. 이제 시대가 바뀌고 학생들의 눈높이가 무척 향상되었다. 최근 모일간지에서 ‘대학기숙사 대형화, 인근 원룸촌 운영난’제하의 기사를 보았다. 마치 대학에서 대형기숙사를 지으니까 원룸촌의 주인들이 원룸을 운영하기 힘들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 논리는 시대의 흐름을 간과하였거나 극히 대학의 입장보다는 원룸업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 아닐까. 대학촌의 실상을 보면 젊은이들의 취향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 본질적인 문제인가를 알 수 있다.

 전북대는 민자유치 기숙사 건축으로 2천600명, 원광대는 2천600명, 우석대는 2천100명 등 전북도내 대학기숙사의 수용규모가 상당수준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숫자가 원룸과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지는 좀더 살펴봐야 한다. 학생들은 냉정하다. 왜냐하면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대학가 원룸도 시장경제의 원칙에 입각하여 경쟁력이 없으면 소비자는 외면할 수 밖에 없다. 원룸 주변의 대학촌 문화가 날이 가면 갈수록 수준이 업그레이드되는데 원룸의 서비스는 어떤가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각 대학의 기숙사는 거의 호텔급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는 기숙사비의 가격은 두 번째 문제이고 첫 번째가 편의시설 유무, 개인공간 유무, 다양한 사생프로그램 유무 등 가격외적인데 관심이 많다. 돈보다는 서비스의 문제이다.

 어떤 부모는 한 푼이나 절약하려고 4인실에 자식을 보냈더니 두 달도 안 되어 퇴실해 버렸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룸메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다. 개인주의를 뛰어 넘어 초개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개인의 공간보유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기숙사같이 공동생활을 하는 곳을 싫어하고, 원룸처럼 개인생활을 선호하는 학생의 수도 상당수에 이른다. 따라서 대형기숙사를 지어 많은 학생이 있어야 장사도 잘 되고, 그 옆에 있는 원룸은 기숙사를 선호하지 않는 학생이나 경제적으로 이유로 원룸을 찾는 학생들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IMF때 많은 업종의 사업체가 흔들렸어도 학생들 상대로 하는 사업은 끄덕하지 않았다. 그 만큼 우리의 교육열이 높다는 증표이기도 하지만 신세대 학생들은 자기가 마음에 드는 것이면 옷이든 교재이든 거리낌 없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정말 젊은이들의 행태는 부모의 생각, 아니 기성인의 가치관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게 신세대 젊은이들의 행동양태이다. 이것을 나무랄 이유도 없고, 우리 세대가 이 현실을 인정하고, 이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 학생들은 메이커나 유명제품을 아주 선호한다. 집에서는 고급 쇼파에서 생활하고 음식도 퓨전음식으로 먹는다. 그런데 딱딱한 판자 의자에 시래기 된장국만 내밀면 학생들은 뭐라고 불평할 것인가.

 며칠 전 모대학에서 해프닝이 있었다. 대학은 학생들의 편의와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대학촌의 고급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멋진 대형 민자유치 기숙사를 신축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를 환영하고 도와야 할 주민 중 일부가 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얘기다. 기존의 원룸을 어떻게 해야 활성화시키고, 학생의 기호에 맞는 기숙조건이 무엇인가를 연구하여 보완하는 게 먼저이지 양질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대학측에 항의하는 게 먼저인가. 우리 전북은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이다. 고급스런 기숙사 신축을 통해서 외부학생을 유입해 인구를 늘려야 한다.

 어쩌면 기숙사를 잘 만들어서 돈 많은 학생들을 유인하고, 이들의 씀씀이를 통해 대학촌을 활성화시키고 지역경제를 일으켜야 한다. 원룸주인 몇 명을 위해 수천명의 대학생이 아니 세세손손 수 많은 전북의 자녀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고급스런 문화를 맛보지 못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누구의 손해인가.

<사단법인 한국미래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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