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민들의 직도문제접근법
군산시민들의 직도문제접근법
  • 군산=정준모기자
  • 승인 2006.08.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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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1천여년전 고려 성종왕 재위시절에 탁월한 외교력으로 압록강 동쪽의 강동 6주를 획득한 서희(徐熙)재상이라는 분이 계셨다.

 당시 고려는 수십만 병사를 앞세운 거란족 침략으로 바람 앞에 등불, 말 그대로 풍전등화(風前燈火) 신세였다.

 더구나 국론조차 지금의 평양 이북 땅을 떼어주고 거란에 항복하자는 ‘화친파’와 결사항전을 외치는 ‘강경파’로 갈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했다.

 난세(亂世)에 영웅이 태어난다 했던가. 이런 일촉즉발(一觸卽發) 위기속에 서 희 장군은 무모하리 만큼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적진(敵陣)에 뛰어들어 담판을 벌였다. 결과는 전혀 뜻밖이었다.

 기세등등했던 거란군은 자진 철군과 함께 고구려의 옛 영토였던 압록강변의 강동 6주까지 고려에 되돌려주는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어찌 가능했을까.

 상대국의 의중을 정확히 간파하고 적 장수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장군의 통찰력 때문이었다.

 송나라를 정벌해 광대한 중국대륙을 차지하려는 거란에 친송정책을 표방하고 있던 고려가 눈에 가시라는 사실을 알아챈 장군이 ‘송나라와의 동맹관계 단절’이라는 협상카드를 내세워 대 위업을 일궈냈던 것이다.

 시점을 돌려 작금의 군산 앞바다 직도가 정국에 핫이슈로 등장했다.

 정부가 주한미군의 공대지 사격장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직도사격장에 자동채점장비(WISS)를 설치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시민들의 반대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발도 크게 두가지로 나눠진 양상이다.

 직도 사격장의 미 공군 사격장 대체는 물론 이참에 직도 사격장을 완전 폐쇄하자는 측과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수렴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국가 차원이라는 큰틀에서 어차피 허용할 거면 이에 상응하는 정부차원의 지원사업을 받아내자는 쪽이 상존하고 있다.

 모두 다 군산시와 시민들을 위한 충정임을 의심치 않지만 이 대목에서 단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게 있다.

 지난해 방폐장 유치때처럼 찬반간의 극렬한 갈등이 재현돼 시민들의 화합을 깨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단계를 밟아 군산의 실익을 위한 현명한 결정이 도출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냉철한 머리와 가슴속 뜨거운 애향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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