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북에 넣기 (하)
한반도 전북에 넣기 (하)
  • 이세리
  • 승인 2006.08.16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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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2월. 가만히 서 있어도 이가 바들바들 떨리는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든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파트 뒤편 아파트 공사현장을 빼놓곤 허허벌판이다.

 ‘완주과학산업단지’ 내 도로의 한복판. 눈과 함께 바람이 분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차에서 내리려고 하니 바람에 문이 열리지 않는다. 벌써 두 번째 헌팅인데, 이번엔 결정해야하는데…….

 ‘한반도’도의 카체이싱(자동차 액션) 부분은 ‘썸’, ‘텔미 썸딩’을 만들었던 ‘장윤현’감독의 몫이다. ‘공공의 적2’의 카체이싱부분도 그렇더니 아무래도 이 부분은 장윤현 감독이 더 나은 모양이다. 장윤현 감독은 김상진 감독과 함께 강우석 감독의 연출부 출신 감독이다. 이 두분은 꾀나 이름 있는 감독이 된 지금도 강우석 감독의 영화 크랭크인 현장에서 꼭 첫 슬레이트를 친다고 한다. 좋은 모습이다.

 눈 사이를 헤치고 도로위에서 앵글을 잡아보고 논의 한 끝에 이곳으로 결정되었다. 이제 준비만 남았다.

 2006년 3월. 어젯밤 완주산업단지 내 현대자동차 출고장에서 카체이싱 첫 촬영이 시작됐다. 아침 일찍 확인차 전화를 드렸더니 담당자가 “안 그래도 전화 드리려고 했어요. 촬영 언제 하시려고 안 하셨습니까?”라고 말한다.

 “촬영 했는데...” 너무 깨끗하게 정리가 돼서 안 찍은 줄 알았단다. 처음이다 이런일. 한눈에도 어마어마 한 크기의 조명크레인 석대가 도로 한복판에 터를 잡는다. 순식간에 우지직 소리가 나서 달려가보니 크레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보도블럭이 다 주저 앉았다. 너무 조용하다 했다.

 오밤중 차 부서지는 소리와 브레이크 끌리는 소리가 조용한 공단 안에 요란하다. 바퀴가 굴러와 아슬아슬 사람을 피해 간다. 한산한 도로를 달리며 부서지는 차들. 아깝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4일간의 공단 점거는 보도블럭 깨지는 사고 말고는 아무 일 없이 조용히 끝났다. 이른 아침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 도로에 먼지만 날린다. 낯설다.

 그 겨울 또 한번의 이별을 한다. 뒷그림자가 서늘하다. 또 한편의 이야기와 이별을 한다. 극장에 걸린 그들의 포스터 한 장에 이별한 님을 만나는 듯한 아쉬움으로 아련하겠지? 하지만 내 사랑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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