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곰소 염전
부안 곰소 염전
  • 부안=방선동 기자
  • 승인 2006.08.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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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안군 진서면 소재지에서 부안쪽으로 가노라면 왼쪽으로 넓은 염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과거 곰소만은 전체가 염전이다시피 했지만 값싼 수입산 소금에 밀려 이제는 거의 매립되고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얼마 남지 않은 염전도 도시민에겐 아직 광대한 벌판이다.

 염전 옆에 즐비한 움막 같은 것은 소금막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주민의 집이기도 하다.

 수십 개 거울 조각을 잇댄 듯한 찬란함, 반장, 염부장, 보조원, 특임시, 임시 등의 일꾼들이 소금을 가래질로 모으거나 수차로 물을 넣었다 뺐다 하는 풍경은 한여름에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천일염을 만드는 과정은 대략 스무 단계로 나뉜다.

 바닷물을 염전에 끌어다 고무래로 미는 대패질을 한다.

 하루 한 단계에서 두 단계씩 옮겨간다. 20일쯤 지나면 수분이 증발하고 염도가 높아진다. 염도가 15~18도쯤 되면 결정지로 갈 때까지 ‘해주창고’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저장하면서 불순물을 침전시킨다.

 불순물이 가라앉으면 바닷물을 마지막 단계인 ‘결정지’로 옮겨간다.

 바닷물이 따가운 햇빛을 받아 마르면서 소금 결정이 맺힌다.

 볕이 좋은 6~9월 중순까지는 하루 정도면 소금이 만들어진다. 3~5월, 9~10월에는 이틀이나 사흘 걸린다.

 염전을 따라 길게 늘어선 20여채의 소금창고에는 눈꽃처럼 새하얀 소금이 산처럼 쌓여 있다.

 육지의 평야를 보는 듯한 소금밭과 어우러진 소금창고는 지난 세월을 증거하듯 낡고 헐겁지만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련하다.

 염전은 기다림의 작업이다.

 고무래로 바닥을 훑어 시간이 만들어낸 앙금을 건지는 염부들의 손길이 바빠지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 염전 바닥을 고무래로 긁는 염부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천일염은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최상품으로 쳐준다.

 실제 이 곳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일염보다 30∼40% 비싼 가격으로 판매됐다.

  곰소염전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곰소에 항만을 축조했다. 범섬 곰섬 까치섬이라는 3개의 무인도를 연결해 염전을 만들고 제빙공장도 세워 어업전진기지로 삼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한때 90ha에서 30㎏들이 소금 14∼15만 포대를 생산했으나 값싼 수입산 소금에 밀리면서 최근에는 45ha에서 6만∼7만포대로 줄어드는 등 천일염 생산기지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에는 긴 장마로 인해 생산량이 이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곰소염전을 지나 포구로 가는길에는 도로 양편은 물론이고 부둣가에까지 천일염과 젓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김장철이 가까워지면 젓갈을 사려는 외지인들로 북적대는 곳이다. 가게마다 젓갈의 대명사격인 새우젓부터 각종 액젓류에 멸치, 밴댕이, 갈치, 오징어, 꼴뚜기, 청란, 소라, 아가미 등 젓갈을 늘어놓고 판다.

  곰소 남선염업 관계자는“예전부터 곰소 염전은 간수를 적게 사용해 소금을 만들어 특유의 쓴맛이 거의 없다”며 “곰소젓갈 맛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도 최상품인 바로 이 소금으로 간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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