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 배우 이대근
이대근... 배우 이대근
  • 이세리
  • 승인 2006.09.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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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8일 부안의 낡은 도장 가게. 개 잡아놨다는 친구의 꼬드김에도 꿈쩍하지 않고 도장 파는 일에만 열중하는 노인이 있다. 배우 이대근이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 이후 4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 온 그가 선택한 영화는 자신의 이름을 딴 영화 ‘이대근, 이 댁은’(감독 심광진)이다.

 영화 ‘이대근, 이댁은’에서 그가 연기하는 이대근은 이 시대의 초라한 가부장의 모습이다. 이대근이 연기하는 이대근이라니……. 사실 이대근이란 이름으로 영화제목이 만들어 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1979년 제작 된 ‘대근이가 왔소’라는 영화도 그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에 배우 이대근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 우리는 그를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의 “아니~ 마님!”을 외쳐되는 에로배우로 많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80년대 애로물이 범람하던 시절에 ‘뽕’, ‘변강쇠’등에서 토속적 에로티시즘의 대표배우로 각인된 배우 이대근. 하지만 그는 1972년 영화 ‘김두한’을 시작으로 ‘시라소니’, ‘거지왕 김춘삼’등 300여편에 달하는 액션영화를 찍은 우리나라 대표 액션배우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대근의 이름은 ‘클레오파트라를 기절시키는 강력남’으로 인터넷을 떠돈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관객에게 그는 ‘변강쇠 콤플렉스’의 대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대근은 배우인 동시에 일종의 사회적 존재인지도 모른다. 흡사 1950년대 미국에서 마릴린 먼로가 그랬던 것처럼.

 그는 말한다. 에로배우로 굳어진 그의 이미지에 대해서.

 “영화 ‘뽕’과 ‘변강쇠’는 성을 해학적으로 다룬 고전물이지 애로물이 아니다”라며 몇 편의 영화로 인한 이미지 고착을 아쉬워한다. 실제로 ‘뽕’이나 ‘감자’등은 훌륭한 단편문학 작품이다. 또 ‘심봤다’나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라는 작품은 자연주의와 도시주의의 대표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백상예술제와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 준 작품이기도 하다.

 분명 이대근은 ‘큰 연기’를 하는 배우다. ‘뽕’에서 보여준, 자신의 모든 것을 여인에게 다 주고 사랑을 구하는 눈물어린 연기에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이 서려있다. ‘감자’, ‘심봤다’,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등 그가 출연한 작품의 화려한 수상결과가 알려주듯 1980년대 토속물에서 이대근은 울고, 웃고, 분노하고, 절규하는 표현적인 연기를 해왔다.

 2006년 영화 ‘이대근, 이 댁은’은 한 시대를 대표했던 아이콘의 변화를 보여준다. 영화 ‘이대근, 이 댁은’에서의 이대근은 쓸쓸한 말년의 고개 숙인 가부장을 연기한다. 완전히 다른 얼굴로 돌아 온 배우 이대근의 2006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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