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의 수학적 승률
바다이야기의 수학적 승률
  • 김인수
  • 승인 2006.09.06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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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의 유래는 ‘작은 집’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카자(casa)’가 어원이다. 카자란 르네상스 시대 귀족들이 소유했던 사교 오락용의 별관이었다. 처음에는 귀족들의 사교장으로 출발한 카자가 카지노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8~19세기경. 왕국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개설되기 시작했다.

 카지노에서 하는 방법도 간단하며 비교적 적은 돈으로 대박을 꿈꿀 수 있는 것이 슬롯머신이다. 세계 최초의 슬롯머신은 1895년 미국의 찰스 페이가 만든 ‘리버티 벨’인데, 이후 몇 번의 개량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

 그럼 슬롯머신으로 가능한 대박의 금액은 과연 얼마일까. 최근 미국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의 카지노에서는 84세 할머니가 단돈 40달러를 투자하여 무려 1천만 달러(한화 약 95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이처럼 배당액이 높은 이유는 프로그래시브 슬롯머신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시브 슬롯머신이란 여러 대의 슬롯머신을 연결하여 당첨자가 없으면 누적된 적립금으로 고액의 배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 할머니가 터뜨린 잭팟은 애틀랜틱시티 내 12개소의 카지노에 있는 수백 대의 슬롯머신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처럼 엄청난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다.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바다이야기는 원래 4-9-2룰을 지키는 것으로 하여 심의를 통과했다. 4-9-2룰은 4초 안에 승부가 나고 1시간에 9만원 이하의 게임 비용이 지출되며 상품권으로 지급되는 경품 최대액수가 2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기준만 지켜지면 도저히 슬롯머신 같은 대박을 꿈꿀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이야기는 메모리 연타 기능을 추가하는 개·변조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상금을 크게 올렸다. 메모리 연타란 내부 기억장치에 누적점수를 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면 2만원의 점수가 터졌을 때 추가분에 대해 삭제시키지 않고 이를 계속 기억해 상금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 기능으로 바다이야기는 100원을 배팅하여 최고 25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최고 당첨금액인 2만원(200배)보다 무려 125배나 많은 2만5천배의 배당률인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이 게임에 빠진 사람들은 1인당 5~6대의 기계를 동시에 붙잡고 배팅을 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버튼에다 손가락 대신 다른 물건을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4초마다 1회씩 배팅이 되므로 이리저리 옮겨가며 동시에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슬롯머신과 비슷한 방식인 바다이야기의 게임기 승률은 약 95%. 이는 10번 배팅하면 9.5번은 돈을 딴다는 의미가 아니라 총 수입의 95%를 돌려준다는 의미다. 즉 1만원을 걸고 게임을 하면 평균적으로 9천500원을 돌려준다는 뜻이다. 얼핏 생각하면 굉장히 많이 돌려받는 것 같지만 바로 여기 함정이 숨어 있다. 게임을 하는 순간부터 이미 5%는 잃고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돌려받는 95%에는 잭팟을 터뜨린 사람들의 금액까지 포함되므로 실제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한 몫이 돌아오지 않는다.

 도박의 승률은 수학과도 아주 연관이 깊다. 도박을 통해서 수학으로서의 확률론이 탄생했으며, 많은 수학자들이 도박의 성공전략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일례로 밀라노대학의 수학교수였던 카르다노는 도박에 이길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 수학을 이용한 수학자로 유명하다. 또 파스칼이 주사위를 이용한 확률론을 창안하게 된 것도 친구인 도박사 드 메레의 도박에 관한 질문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편 1990년대 미국 MIT 출신의 천재들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돌며 수백만 달러를 챙긴 일화도 유명하다. MIT의 퇴직 교수를 주축으로 팀을 이룬 이들은 5년 동안 미국 전역의 카지노를 종횡무진하는 전설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들은 비교적 확률과 통계가 적용되는 블랙잭 게임을 타깃으로 삼아 수백 장의 카드를 기억,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나올 확률을 계산해냈다고 한다. 프로 도박사들이 철칙처럼 지키는 원칙도 확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도박경연대회에 초대받을 정도로 유명한 어느 프로 도박사는 100달러를 가지고 도박판에 끼었다면 200달러가 되었을 때 무조건 일어나는 원칙을 지켰다. 그에 따르면 도박은 확률이므로 게임을 벌이는 상대와 같은 조건을 설정해야 된다는 것. 즉, 자신이 100달러를 가졌다면 상대방도 100달러가 되고, 200달러로 돈이 불면 상대방의 돈을 모두 딴 셈이 되므로 그 판을 끝낸다는 것이다. 그것을 무시하고 게임을 계속하면 확률적인 차원에서 유한자본금을 가진 개인이 무한자본금을 지닌 카지노에 돈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승률은 불리하게 정해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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