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전북의 문인 고은
30. 전북의 문인 고은
  • 이원희
  • 승인 2006.09.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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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형형의 대가 시인
 고은은 1933년 군산시 미룡동에서 출생했다. 깊이와 넓이 면에서 한두 마디로 압축, 요약할 수는 없지만 그는 문학의 거목이다. 울울창창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창활한 그의 문학적 숲은 독자들에게 때론 울분적 열정을, 때로는 서정적 감동을, 때로는 인류공동체의 동지적 가슴을 나누게 한다.


 그는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젊은 시인보다도 더 열정적이고 왕성하게 시를 분만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시인이다. 70년대에 발표한 ‘화살’이라는 시는 고은의 시적 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 온몸으로 가자 / 허공 뚫고 / 온몸으로 가자 /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여기서 화살은 민주투쟁에 앞장 선 사람들을 말한다. 70년대 강고한 유신 정권의 독재에 온몸으로 맞선 사람들을 형상화한 시어이다. 이 시 이후 고은은 시를 몸에 두르고 반민주 투쟁에 앞장서며 투사의 길을 걷는다. 시집 [문의마을에 가서]는 사회 현실에 눈뜨는 시인의 의식이 확연히 드러난다. 초기의 낭만적이며 탐미적인 허무적 색채의 시편들은 70년대 들어 불온한 정치적 생리를 거부하는 시의 얼굴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후, 80년대 정치적 격동기에 옥고를 치르면서 구상한 [만인보]는 민중의 건강한 삶을 노래한 서사 시집이다. 90년대 이후, 고은은 인류사적 시각에서 보편적인 삶의 문제와 원리를 탐색하는 시적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이 고은의 시적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고은이 걸어가는 삶의 길이 곧 시가 열리는 길이다. 어느 평론가는 그의 이러한 특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은의 시는 단색의 어조로는 결코 파악되지 않는다. 그의 시는 비유컨대 세상의 속내들에 대한 친근한 연가이다가, 생에 대한 열렬한 찬가이다가, 소멸해가는 사물들에 대한 안쓰러운 비가이다가, 언어 자체를 넘어서는 침묵이다가, 스스로를 다그치는 죽비의 소리가 되기도 하는 다양성을 띠고 있’다고. 그렇다. 시인 고은처럼 굴곡진 삶을 보여준 시인도 드물 것이다. 마디지고 옹이진 삶의 뒷전에 그가 남긴 자국은 허무한 바람이거나 한숨이 아니라 삶의 존엄성이라는 이름의 시의 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고은을 주목해야 하며, 그의 시를 경외의 눈빛으로 읽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추운 밤이기로서니 / 어둡고 추운 밤이기로서니 / 저 태백산맥 소백산맥 하고 많은 골짜기마다 / 제 집을 이루어 / 짐승도 잔짐승도 다 숨어버린 / 추운 밤이기로서니 / 여기 누가 있어 컹컹 짖거니와 / 어찌 먼 길이라 가지 않으리이까 / 가고저 / 언 땅끝 기어이 물푸레나무 파릇파릇 움트는 / 거기 가고저’ 아마 시인 고은은 지상의 풍경을 보는 그날까지 ‘물푸레나무 움트는 그곳’을 찾아 나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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