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나노기술의 비밀
(상)나노기술의 비밀
  • 김인수
  • 승인 2006.09.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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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9년 12월 미국의 한 물리학회에서 캘리포니아공대 리처드 파인만 교수는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200분의 1인치 크기의 정육면체에 기록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분자 크기의 기계를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다수 참석자들은 그저 몽상가의 꿈이나 농담쯤으로 돌렸다. 하지만 파인만 교수는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탔으며 현재는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1나노 분자크기의 초미니 항암 나노 폭탄이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나노 시대는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것이다. 나노(Nano)는 희랍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 에서 유래한 말로 10억분의 1을 의미하는 접두어다. 나노미터(nm)의 크기란 머리카락 굵기의 8만분의 1이다.

 나노기술이란 nm 범위에서 특유의 기능을 갖도록 구조체를 만들고 이를 재료, 소자, 공정 등에 응용하는 기술이다.

 파인만 교수의 예언 뒤 1981년 IBM 연구원인 비닝과 로흘러가 주사형 터널통과현미경(STM)을 발명하면서 원자 및 분자 수준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된데 이어 1985년 전자 하나하나를 제어할 수 있다는 SET가 개념화됐다.

 1990년 IBM의 에이글러 박사가 STM의 금속탐침으로 극저온에서 원자 하나하나를 움직여 배열하는데 성공, 상온에서도 원자나 분자를 마음대로 움직여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론상으로는 공기의 탄소를 모아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내는 길도 열린 셈이다.

  미국의 댈러스비즈니스저널은 나노기술 발달로 5년 뒤면 특정 세포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으며, 20년 안에 원자. 분자 단위의 조작이 가능해지고 환경에 따라 변하는 지능형 페인트가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50년 안에 혈관을 돌아다니며 치료하는 나노 로봇이 만들어지고 50년 뒤에는 장기가 손상된 채 냉동된 인간이 나노기술로 만든 인공장기 덕으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록 1,000년 내라는 전제이지만 인간복제기술과 접목하면 모습은 물론 생각까지 똑같은 복제인간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유타대 연구팀도 박테리아의 편모운동을 모방해 신체의 화학반응만으로 혈액 속을 돌아다닐 수 있는 초소형 잠수함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또 원자나 분자를 마음대로 움직이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의 합성은 물론 그 합성물을 조작해 필요한 용도에 맞는 성질로 만들어내는 맞춤재료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언젠가는 원자를 하나하나씩 모아 DNA와 단백질을 합성하고 이를 다시 생명체로 합성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믿음이다.

 이미 나노기술은 고집적 반도체 소자, 동영상 휴대폰, 고기능성 소재, 신약, 유전자조작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1991년 발견된 탄소 나노 튜브는 실리콘을 대신할 차세대 반도체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탄소 나노 튜브가 대량생산되면 지금보다 기억용량이 1만 배는 큰 반도체칩을 만들 수 있다.

 ◆나노기술 방식=나노기술은 하향식(미세가공·Top-down) 및 상향식(자기조립·Bottom-up)으로 구분된다. 전통적인 나노기술은 현재 D랩 반도체를 만드는 경우처럼 보다 큰 물질을 깎아나가는 방식(하향식)을 사용했다. 다만 일정한 크기까지는 자르기가 힘들어 50nm 정도가 기술적·경제적으로 한계라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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