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떡방앗간 풍경
추석 떡방앗간 풍경
  • 김효정기자
  • 승인 2006.09.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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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먹거리 중 가장 으뜸은 송편이다. 달의 모양을 본떠 만든 송편을 빚으며 우리 조상들은 감사의 마음과 다음해의 기원을 담았었다.

 옛날 방앗간에는 송편을 만들기 위해 햅쌀을 찧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기다란 가죽피대가 연결된 큰 집채만한 방앗간 기계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아침일찍부터 불린쌀을 들고 방앗간 입구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에서는 명절의 설레임이 담겨 있었다. 떡 방앗간안은 기계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떡을 찌는 기계틀에서는 연신 더운 김을 내뿜고 주인아저씨의 일사분란한 지휘 아래 주인아주머니와 기계들이 혼연일체를 이루며 떡살을 만들어 냈다.

 빻아진 쌀을 어머니가 곱게 반죽해 오면 가족들은 초저녁 마루에 둘러 앉아 송편을 빚어냈다. ‘송편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 낳는다’ 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콩떡, 꿀떡 갖가지 속을 넣어 애기손 같이 어여쁜 모양에서부터 울퉁불퉁 못생긴 모양까지 저마다 솜씨를 발휘해 본다.

  하지만 요즘 떡 방앗간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발전기로 돌리던 시끄럽고 덩치 큰 기계도 사라지고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요즘 떡 방앗간은 대목을 맞아 분주하다. 예전처럼 집에서 송편을 빚는 대신 만들어진 떡을 구입해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몇 년전까지만 해도 쌀을 찧으러 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만 요즘은 그마저 보기 힘들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 라는 말이 있듯, 송편도 다양한 색을 입고 그 자태를 드러낸다. 흰 쌀떡을 비롯해 복분자, 쑥, 호박 등 우리 전통의 오방색을 나타내는 식재료를 사용해 맛과 멋을 더했다. 음식의 오방색은 보는 눈이 즐겁고, 건강에 좋으며 먹는 이의 복을 비는 세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쑥대신 모싯잎을 사용하기도 한다. 밭두렁이나 논두렁에 마구잡이식으로 자라는 모싯잎은 쑥보다 고운 색을 내며 맛도 좋다. ‘음식 맛은 손 맛’ 이라지만 요즘은 반죽도 기계가 다 해주고, 솜씨에 따라 각양 각색이었던 송편 모양도 기계가 일률적으로 만들어낸다. 그 옛날, 손으로 모든 것을 해왔던 우리의 어머니들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법도 하다.

  하지만 기계가 뽑아내는 송편인들 어떠하랴. 이 모든 과정에도 좋은 쌀과 식재료를 골라내 먹는이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아직 사람의 몫이다.

 일주일 후면 추석이다. 온가족이 둘러 앉아 송편 빚는 모습은 사라져 가고 있지만 온 가족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던가.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터져 나오는 달콤한 꿀 송편처럼 정겹고 맛있는 추석 명절이 되기를 둥근 달에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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