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의구(山川依舊)
산천의구(山川依舊)
  • 김태중
  • 승인 2006.10.08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고유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가족 친지를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았다. 고향길이 힘들어도 높고 맑은 가을 하늘과 황금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들녁은 우리의 마음을 풍성하게 하고 옛날 옛적의 추억을 되새김하게 한다.

 고향마을에서 바라본 풍경은 어릴적 그모습 그대로다. 마을앞 정자나무는 수백여 성상 그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뒷동산, 앞내, 들녘의 모습뿐만 아니라 읍내 정류장, 면사무소 앞에 늘어섯던 옛 주막집도 이제는 문을 닫았지만 30여년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과거 흙먼지를 날리던 포플러나무길 신작로가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바뀌고 다랭이 논들이 반듯하게 정리됐으나 고향내음은 변함이 없다.

 변함이 없는 곳, 옛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그곳이 우리의 고향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안타까움이 함께 한다. 하루가 다르게 상전벽해되는 타 시·도의 변화를 바라본 향우들은 10년전이나 변함이 없는 침체된 전북모습에 애타고 답답한 연민을 느낀다고 말한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전국 234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6년도 한국지방자치경쟁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러한 답답함이 더한다.

 각 시·군·구의 경쟁력 점수를 종합한 결과 전북도는 종합평가에서 15개 시·도 가운데 꼴찌인 15위로 평가됐다. 경제활동인구, 도로, 항만, 공항, 사회복지 등 지역의 경영자원과 기반을 평가한 경영기반 부문에서도 15위, 주민소득, 임금수준, 의료서비스, 교육의 질 등 경영성과 부문에서는 역시 15위다. 다만 행정서비스, 재정운용, 산업경영효율, 국제화 등 경영활동 부문은 10위다.

 올해만 이러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이후 매년 10위권 이내 기초자치단체별 분포 추이를 살펴보면 도내 시·군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아 전북은 5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이 약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지역경쟁력 측면에서 약세를 면치못했던 충북은 2002년과 2003년 각각 1개소에 불과했지만 2004년 4개소, 지난해 5개소, 올해 4개소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 및 당진-음성간 고속도로 건설 등 각종 SOC 사업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행정도시 건설, 호남고속철도 분기점 확정 등 각종 상승효과와 생존을 위한 경쟁력 강화로 지역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돼 전북과 대비를 보이고 있다. 경제력면에서 전북과 비슷한 강원도도 매년 1∼3곳이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지리적인 불리 등 많은 악재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은 지난 5년간 지자체 경쟁력은 전북과 경북의 약세현상이 뚜렷한 반면 수도권과 충북은 지속적인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발전구도가 서서히 확산되면서 지자체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 해결방안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전북의 경쟁력 약화 현상이 상대적으로 지속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로 제4기 민선지방자치가 출범한지 100일을 맞았다. 전북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번 지방자치 경쟁력 평가에 대해 전북이 뒤떨어진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해 지역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전북 발전의 동력을 얻기 위해 가장 시급한 도로, 항만, 공항 등 SOC와 도시 기본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차원의 관심과 대책마련도 중요하다. 전북이 생존과 번영을 위한 변화를 이끌 때 다음 추석은 안타까움보다 포근함만이 가득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