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농업이 희망이다
대안농업이 희망이다
  • 김흥주
  • 승인 2006.10.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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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실 밖으로 너른 들판의 황금물결이 펼쳐지는 이때쯤이면 가슴은 풍성함으로 가득차지만 머리는 농업의 위기 상황 때문에 무겁다. 한가위의 포금함도 그 이면에 녹아있는 농민의 좌절을 생각하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과정에서 더욱 불거지고 있는 농업의 위기 상황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정부는 다양한 농업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겉은 화려하다.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경쟁력 있는 농업, 살기 좋은 농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난 시절, 언제나 농정이 내세웠던 ‘신화 만들기’의 재판 같아 속내가 편치 않다. 무엇보다 경쟁력과 효율성 지상주의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 꺼림직 하다. 우리의 농업현실에 비추어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세계화된 농업과 경쟁할 수는 없다. 무엇인가 대안의 생산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안농업(alternative agriculture)은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농기업의 욕구보다는 식품안전과 고품질 농산물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면서 생산과 소비의 사회적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도시와 농촌의 거리를 축소하고, 자연과 인간의 상생관계를 추구하는 생산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산자는 생산과정의 철저한 관리와 정보공개를 통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하며, 소비자는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농산물을 구입하며, 나아가 생산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욕구에 맞는 농산물을 만들어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 이른바 거리의 축소, 신뢰의 확대가 핵심이다.

 이러한 대안생산체계의 사례는 농업선진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세계화된 농업과 차별화되는 그들만의 농업모델로 생산농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고 있다. 이 모델은 농산물의 안전성, 우수한 품질,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며 생산자는 소비자와의 신뢰관계 속에서 소득을 보전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비슷한 농업 붕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위 ‘식(食)과 농(農)의 재생플랜’이라는 농정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이 플랜의 핵심은 ‘소비자 중심의 농정으로의 전환’, 즉 소비를 출발점으로 보고 생산ㆍ유통ㆍ가공 등의 체계를 확립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농산물의 직거래를 활성화하여 자국의 농산물 소비를 늘려나가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 가격시장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소비자의 신뢰가 없는 농산물 생산은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안생산체계의 구축을 위한 일본 농민의 노력은 대단하다.

 이런 사례들을 검토해볼 때, 우리에게 적합한 대안농업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

첫째, 생산의 모든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시스템의 구축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이다. 식품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농산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재배됐는지 포장지에 공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발원지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산정보 공개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는 수단이자 생산자에게도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생산과 유통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둘째, 농산물의 수익성 모색과 안정한 유통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고품질ㆍ고부가가치의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생산의 중심에는 유기농업 또는 환경농업이 있으며, 이는 여러 가지 농업여건을 고려할 때 개별 농가 차원에서는 접근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환경농업의 육성을 통해 소비자 욕구에 맞추는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협업생산, 나아가 공동체 생산의 모색이 필요하다.

셋째, 이러한 대안농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쿠바의 유기농업으로의 대전환 과정이 이러한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대량생산 중심의 포드주의 농업을 새로운 유기농업으로 전환시켜 글로벌 푸드시스템의 지배에서 벗어난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대안생산체계의 구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장논리가 농업을 지배하는 경우는 더욱 어렵다. 문제는 마인드의 전환이다. 유럽의 경우 소비자의 안전욕구가 대안생산과 유통체계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다가 쿠바의 경우처럼 국가 차원의 지원이 덧붙여진다면 대안농업이 꿈만은 아니다. 지금은 ‘대안’이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주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한국농업의 미래가 있다.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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