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소매점과 지역경제
대형소매점과 지역경제
  • 김진
  • 승인 2006.10.19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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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을 앞두고 도내의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의 주차장은 밤이 깊도록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심야에 벌어진 주차난을 보며 재래시장과 동네점포를 살리겠다던 각 지자체들의 의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전주에 대형마트가 들어 선지도 10여년이 되었다. 현재 성업 중인 이마트와 까르푸에 이어 삼성 홈플러스가 개점을 눈앞에 두고 있고 롯데마트 역시 대한통운마트 인수에 이어 전주시에 의해 반려된 송천점의 지구단위계획에 대해서도 법적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중앙대기업의 도내 대형마트 진출은 전주뿐만이 아니라 익산, 남원, 김제 등에도 5개의 지점진출을 준비 중에 있으니, 재래시장을 살리고 소상공인들을 보호하자는 얘기와 맞물려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역시 적잖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올 상반기 대형 소매점을 통한 매출은 4.022억 원에 달한다. 이는 바닥없이 떨어지고 있는 도내의 소상공인들을 밟고 올라선 결과이며, 굴지의 대기업들이 제조업의 투자는 외면하고 유통업계로의 진입을 서두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유통업계의 괴물로 불리는 이들 대형 소매점 중에서 <이마트 전주점>의 경우만 보더라도 98년 12월에 147억 정도이던 월 매출이 올 6월 현재 407억으로 6년 사이에 2.8배정도의 급신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지난 2년 사이에 도내 대형 소매점에서의 소비액도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의 ‘지역별 대형 소매점 판매동향’에 따르면 도내의 3인 기준 1가구당 평균지출액은 2004년 상반기에 84.035원 이었던 것이 올 상반기에는 111.720원으로 33%나 증가했다.

 이러한 ‘유통업계의 괴물’들의 성장과 진입에 대해 지자체까지 나서서 경계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형할인점 1개는 재래시장 9개와 동일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상인 1.100명의 영업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볼 때, 1999년에 119개이던 대형할인점이 현재에는 3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전북지역만 보더라도 현재 영업 중인 10곳과 연내에 개점할 3곳을 합하면 13곳의 영업점이 존재하게 된다. 이는 117곳의 재래시장과 14.300명의 상인들을 잠식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이며, 실제로 전북의 모든 상권을 잠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인 것이다.

 최근 익산에서는 상인들이 모여 ‘생존권 사수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전주에서도 ‘재래시장 활성화 본부’를 중심으로 롯데마트의 입점저지를 위한 서명운동과 대형마트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자치단체들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역 상권의 보호를 위하여 조례와 건축심의, 교통영향평가 등을 엄밀하게 적용해 간접적인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돈과 실정법을 앞세우는 재벌그룹을 당해내기에는 벅찬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대형소매점의 개설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이들의 출점, 영업시간, 영업품목을 제한하고자 하는 ‘대규모 점포 영업활동 조정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기업의 정당한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전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서울의 본사나 외국으로 내보내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 시키게 된다.

더군다나 전북처럼 열악한 경제기반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대체 생존수단을 찾을 수 없는 여건이라면 이는 도민의 기본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지역의 실정을 외면하고 자본을 앞세워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기업 활동을 계속한다면 비난과 간접규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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