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전주입니다
고향이 전주입니다
  • 이경옥
  • 승인 2006.10.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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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고향이 어디냐는 것이다.

나는 고향을 물으면 장수라고 답하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가끔은 무진장 중에서 장수라고 부연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예전에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산간오지 대명사로 받아들였으나, 요즘은 가장 자연이 잘 보전되어 있고 살기 좋은 곳으로 현대 도시민의 이상향으로 부러움을 받은 지역으로 인식되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학창생활과 공직생활을 주로 전주에서 보낸 나로서 장수는 어머니와 같은 고향이고, 전주는 아버지와 같은 고향으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학창시절 이후의 풍부한 화제거리는 전주이다.

전주에서 왔다고 하면은 왠지 상대방에 대해서 어깨가 올라가고 자긍심과 자존심이 생긴다. 상대방은 전주라고 하면 어쩐지 품격이 있고 품위가 있는 지역으로 인식하고 대화중에 고상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나 자신도 전주 이야기가 나오면 자랑거리가 많아지고 상대방도 듣고 싶어한다.

전주 자랑거리로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먹거리”이다.

나는 전주에 살 때 타 지역에 가면 전주라는 간판만 있으면 안심이 되고 그 집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 타지 사람들 누구나 전주의 맛에 대해서 칭찬하고 전주에서 식사하고 온 것 자체를 자랑거리로 삼고 있다.

전주에서 근무할 때에 서울에서,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점심에는 비빔밥으로, 저녁에는 한정식으로, 심야에는 막걸리로, 아침에는 콩나물국밥으로 세트 메뉴화하여 대접하곤 하였다. 정말 기가 막힌 환상적인 식사 메뉴라고 모두들 좋아했다.

맛 산업은 전주 브랜드로서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중앙 공공기관을 전북으로 이전해 달라고 각급 기관을 방문했을 때에도 전주로 이전하고 싶은 이유로 전주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인심 좋은 맛의 고장 전주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전주는 황손이 살아계시고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시로서 자랑거리이다.

타 지역 사람들에게 이제는 전주에 가면 한옥마을이 있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은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하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정착되어 있다.

한옥마을 전통찻집에서 차 한 잔하고 최명희 문학관을 들러 종이박물관, 술박물관, 전통문화센터, 오목대 등을 둘러보는 즐거움이 한국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체험이라고들 좋아한다. 아울러 전주 국제영화제 등 4대 문화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휴가 일정을 조정하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또한 전주에 가면 어쩐지 오래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것은 전주천에 가면 쉬리가 살고 삼천천에 가면 반딧불이가 살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아파트만 삭막하게 들어선 도시가 아니라 어디를 가도 나무가 우거지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숲속의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전주천, 삼천천을 걷다보면 과거 50~60년대에 하천에서 물고기 잡이를 하던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에 더욱 좋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주가 좋은 것은 교육의 도시라는 것이다.

좋은 것, 귀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되고 서울로 가야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여 서울로, 수도권으로 이사를 가고 취업을 하고 있어 언제까지나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어야 하나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사람들이 자녀들을 전주에 있는 명문고에 보내고 싶어하고, 전주소재 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전주가 교육도시로서 부각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흐름이 이어지면 인구 역이동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전주가 고향이고 현재 전주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러한 자랑거리를 유지하고 더욱 새롭게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전주는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도시이다.

전주가 구심력이 커지면 크게 발전하고, 원심력이 커지면 위성도시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전주 주변에 광주, 대전이라는 거대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추석에 장수로 내려갈 때나 서울로 올라 올 때에 으레 전주에 들러 모래내시장이나 남부시장에서 재수거리를 사야 하나, 갈 때도 올 때도 대전으로 통하는 고속도로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고 시간 단축도 되기 때문에 전주는 그야말로 마음속의 전북 중심도시라는 생각만 들었다.

비단 나 뿐만 아니었을 것이다. 전북 동부지역은 대전으로, 서남부지역은 광주로 빠져 나가고 있다. 빨리 전주로 통하는 하드웨어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래서 광주, 대전으로부터 전주로 오도록 해야 한다.

전주는 전국 10대 도시로 성장하여야 한다.

과거의 전주는 호남과 제주를 아우르는 전라감영이 있었던 지역이었다.

전주가 10대 도시가 되어야만 전북의 다른 시군과 상생·협력 할 수 있다. 다른 시군이 줄어들면서 전주만 커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도 못하고 비정상적인 발전이 된다. 다른 시군과 역할분담이 이루어지고 기능적인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전주로 오도록 해야 한다. 전북·전주의 특성을 살린 신성장 동력 창출과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바로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중의 하나이다.

아울러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는 미래 비전이 있어야 한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는 집단과 사회는 번성하기 마련이다.

오늘 우리 세대가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미래형 첨단산업과 전통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쾌적한 환경에서 모두가 살기 좋은 꿈과 희망을 주는 도시, 천년전주를 이어나갈 “새 전주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필요하며 이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전주가 가장 잘살고 누구나 행복한 도시로 성장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서울에 살고 있는 나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제주4.3사태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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