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일본 유바리 영화제를 모델로
전주영화제, 일본 유바리 영화제를 모델로
  • 이세리
  • 승인 2006.10.25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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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훗카이도의 작은 마을 유바리(夕張)는 소박하고 아담하지만 무척 맛깔스런 곳이다. 본래 유명한 탄광촌이었으나 70~80년대 잇따른 폐광으로 마을의 경제가 기울자, 시가 발 벗고나서 1990년 영화제를 창설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난 것이다. 우선 유바리 영화제만큼 아담하면서도 푸근한 영화 축제로 찾는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필자가 본 이런 유바리 영화제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참 비슷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눈여겨 보면서 배울 점을 찾을 필요성이 있는 영화제라는 생각이 든다.

 온 마을이 눈으로 덮여 있는 산골 마을의 밤거리를 눈을 맞으며 걸어가서 영화를 보는 기분이란 이곳에서 말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만 환상이 아니다. 이 마을 분위기 자체가 환상이다. 가루 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보름달 달빛이 길가와 지붕 위에 쌓인 눈을 비추는 유바리의 어느 밤, 야트막한 굴뚝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어느 꼬치 전문 주점에 들어가 따뜻한 국물을 마시던 기억은 다녀온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 매혹돼 영화제를 찾아오는 인원이 매년 2만여 명이나 된다.

 유바리는 영화제 하나만으로도 특별한 기억을 남기는 여행지가 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인구 2만 명이 될까 말까 한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볼거리와 즐길 거리들이 꽤 있다. 4월 유바리 민요경연대회, 5월 중순 봄철 미술협회전을 비롯해 멜론축제, 꽃축제 등 한 해 200여 건의 행사가 열린다. 이런 이벤트와 축제가 많은 것은 전주와 참 많이 비슷한 부분 중에 하나이다.

 유바리 영화제의 가장 큰 매력은 원하는 게스트를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는 점. 영화 상영이 끝난 밤 시간 주점에는 삼삼오오 스타들이 함께하는 술판이 벌어지고 자원봉사자, 시민, 관객 등 원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지금의 유바리 영화제를 만든 것은 돈이 아니었다. 영화제 출범 당시 12만4천명이던 인구는 15년 뒤 1만4천명으로 줄었고, 가장 많을 때 1억7천만엔이었던 예산은 올해의 경우 7천만엔(약 7억7천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영화제를 찾는 관객의 수는 점점 늘고 있다. 약 8천명으로 시작했던 관객 규모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3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도 유바리가 가지고 있는 사업구조의 장·단점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지만 알찬 영화제를 보며 우리는 양보다 질이 우선인 영화제를 생각해야 할것이다. 겉치례를 위한 영화제를 위한 영화제를 하진 않았었나? 또 우리는 영화제를 만드는 주도자들로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참여했었나?

 누군가의 잘, 잘못 혹은 남보다 못함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를 돌아보아야 할것이다.

 세계의 영화 1천편이 상영되나? 혹은 유명 스타가 오나 오지 않나? 그런 것들은 차후 문제다. 우선은 질이 좋은 영화제를 만들어두면 다 따라 올 것이라 믿는다.

 전주국제영화제는 특색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는 영화제이고 전주는 그 어느 곳 못지 않은 따뜻한 곳이다. 내년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엔 전주시민 모두가 영화의 거리를 걸어보면 어떨까? 영화인의 축제로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즐기며 반기는 영화제로의 성장이 더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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