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과 인문학의 위기
한류열풍과 인문학의 위기
  • 박희석
  • 승인 2006.11.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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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에 대한 화두가 시작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 말부터 아시아 특정국가에서 일기 시작한 한국대중문화의 열풍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더욱 확대 되었다. 특히 2000년 2월 중국 언론이 중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을 한류라고 지칭하면서 오늘날 폭넓게 통용되고 있다.

 오늘날 한류열풍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그리고 대상 분야도 드라마, 영화, 가요 이외에도 김치, 고추장, 라면, 가전제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몽골과 러시아 그리고 이집트와 중동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으며 이 여세를 몰아 중동지역 가전시장의 60%가 우리나라 제품이 석권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가히 한류문화의 배를 탄 21세기 장보고가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가발과 자동차 등 물류수출에만 치중하던 문화적 열등국가에서 한류라는 문화를 수출하는 문화 선진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류열풍은 그 가속도가 점점 더해지면서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부분의 가치 확대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류열풍을 통한 가장 큰 효과는 대한민국 브랜드가치의 상승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 상승은 경제적 효과로 나타나는데 따라서 한류열풍을 계속 경제적 가치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문화 콘텐츠의 전문화와 지속적인 경쟁력확보가 필요하다.

 이 같은 한류의 열풍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예술과 IT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이 축적된 결과이다. 그러나 한류문화의 저력이 인문학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한류를 지원하는 문화 콘텐츠학은 인문학이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인문학의 위기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문학의 붕괴를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고 몇 일전 전국 인문대학장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문학이 존폐의 위기에 서게 된 것은 상업주의를 강조하는 시장논리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시장에서 인기 있는 학문만 국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상대적으로 비인기학과인 인문 철학 역사등은 존립마저 어려운 형편이다.

 사실 인문학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1960대부터 근대 실용학문을 중시한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문학이 무시되고 있다. 유럽학문을 그대로 수용한 일본도 인문학의 몰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인문학의 몰락이 우리나라에도 밀어닥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인문학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한류열풍이 지속되고 그 가속도를 더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의 위기가 극복되어야 한다. 인문학에 종사하는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 사회가 급격히 변하고 있지만 인문학자들은 구시대적 유물만 뒤적이면서 인문학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사회를 리드하는 정책 결정자도 변해야 한다. 정부는 인문학의 진흥을 위해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빈사상태에 빠진 철학, 종교, 문화, 예술, 역사를 되살려 한류의 창조적 콘텐츠를 채워줄 상상력의 샘을 고갈되지 않게 만들어야한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조력이야 말로 한류열풍을 지속시키고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군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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