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오이디푸스 비극의 비밀
37. 오이디푸스 비극의 비밀
  • 이원희
  • 승인 2006.11.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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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누구나가 한번쯤 해봄직한 수수께끼. 깊어가는 여름밤에 모깃불 연기에 기침을 해대면서도 수수께끼 놀음에 빠져 밤 깊은 줄 몰랐던 그 시절. 수수께끼는 밤하늘에 떠있는 무수한 별만큼이나 신비롭고 반짝였던 호기심 그 자체였다. 더러는 무섭기도 하고 더러는 깔깔대며 배꼽을 쥐었던 수수께끼는 어린 시절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놀이였다.

 병아리들 어미닭을 에워싸듯 눈을 말똥거리며 궁리 하다가 답을 모르면 엉뚱한 답을 대고는 웃어대는 게 수수께끼의 재미였다. 맞추면 맞춰서 재미있고, 맞추지 못해도 큰 벌이 없으니 부담이 없다. 그러나 세계문학에서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잡아먹히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 가운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있다.

 문헌상 가장 오래된 것이 희랍시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다. 머리는 아름다운 여인이고 몸은 사자인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맞추지 못하면 잡아먹어 버렸다.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가는 것이 무엇이냐. 괴물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오이디푸스에게 수수께끼를 냈다. 오이디푸스는 그건 인간이라고 했다. 수수께끼를 푼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로부터 테베 왕국의 시민을 구하고 왕이 된다. 오이디푸스가 왕이 될 수 있었던 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차츰 비극의 길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 비극은 자신에게 내린 저주의 신탁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오이디푸스의 아버지 라이오스가 젊은 날 이웃나라의 왕자를 사랑했다. 아들과 동성애한 사실을 안 왕자의 아버지 펠로프스왕은 라이오스를 저주하기 시작한다. 아들에게 죽고, 아내는 아들의 아내가 될 것이라는. 이 무시무시한 저주는 사실로 드러난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인 줄도 모르고 삼거리에서 죽인다. 그리고는 테베의 왕이 되어 어머니 이오카스테를 왕비로 맞이한다. 오이디푸스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패륜을 범한 것이다. 그 결과 그의 왕국에는 재앙이 내린다. 재앙은 왕국에 패륜을 범한 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예언자의 말에 오이디푸스는 당장 그 자를 잡아들이라 한다. 그러나 정작 자기 자신임을 뒤늦게 알고는 스스로 눈을 멀게 해 자신의 왕국에서 추방당한다.

 오이디푸스 비극의 원인은 신탁이 아니라 그의 내부에 있었다. 그가 라이오스를 살해한 건 인간적 결함 때문이다. 분을 참지 못하고 욱하는 충동적 분노, 전후 상황을 따지기 전에 행동이 먼저 나가는 성급함, 그리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데서 기인한 교만함 등이 그것이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그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안 현명한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의 결함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로 인해 그는 결국 파멸하고 영원한 빛 가운데로 들어가기 위해 스스로 눈 먼 자가 된다. 눈을 뜨고 있어도 자신에 대해 무지하면 눈 먼 자임을 오이디푸스 비극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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