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마방진
우리나라의 마방진
  • 김인수
  • 승인 2006.11.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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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방진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자. 지난번에는 주로 외국에서 만든 마방진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으나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마방진을 소개한다.

 조선시대 숙종때 영의정을 지낸 최석정(崔錫鼎1646-1715)이 만든 마방진은 1 에서 81까지의 수를 배열하여 다음과 같이 아홉 칸의 정사각형을 만들었다. 또 세 칸씩으로 된 정사각형을 9개 만들어서,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그 합이 369이고, 그 안에 들어가는 9개의 정사각형은 가로, 세로, 각각의 합이 123이 되도록 만들어진 마방진이다. 이렇듯 신기한 마방진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지금부터 400여 년 전에는 등차수열의 개념이나 정수론의 개념이 사용된 흔적이 없는데 그는 구수략(九數略)이라는 저술을 하여 그 안에 9행9열의 마방진을 만들어 놓았다. 유감스럽게도 이와 같은 마방진을 만든 풀이과정이 없으므로 그가 어떤 방법으로 이런 마방진을 만들었는지를 우리는 알 수 없으나, 하여튼 대단한 수학의 실력이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구수략에는 3행3열 마방진에서부터 10행10열의 마방진에 이르기까지 서술되어 있는데 특히, 자신이 고안한 9차의 마방진은 탁월한 수학적 탁견을 보여주고 있다. 이 마방진은 라틴방진이라는 이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되며, 특히 직교방진을 응용한 것으로 되어있다. 직교방진이란 종횡으로 숫자가 겹치지 않도록 배열하고 이러한 배열 두 쌍을 결합시켰을 때에도 겹치는 숫자쌍이 없는 방진이다. 최석정은 그의 책에서 2개의 9차 방진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구구모수변궁양도(九九母數變宮陽圖)와 구구모수변궁음도(九九母數變宮陰圖)라고하는 두개의 직교라틴방진을 제시하였다. 또한 최석정은 직교 라틴 방진 뿐만 아니라 3차 마방진 두개를 결합해서 만든 9차 방진을 만든 현대수학자 아들러의 연산법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그는 그의 저술인 구수략에서 그것들을 자기가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그의 뛰어난 수학실력은 우리를 감탄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

 최석정이 만든 마방진중에서 가장 눈길이 끄는 것은 거북의 등 모양으로 숫자를 배열하는 지수귀문도(地水龜汶圖)이다. 이는 육각형을 벌집모양으로 이어 각 꼭지점에 숫자를 써 넣고 하나의 육각형을 이루는 6개의 숫자 합이 같도록 하는 배열이다.

 옛날부터 서양에서는 수의 아름다움을 상징으로, 동양에서는 세상의 진리에 이르는 길로 생각해 왔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숫자 속에는 우리가 간파하지 못하는 신비한 규칙성과 조화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그 신비한 성질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수학적인 아름다운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확실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도 많은 부분들이 신비한 베일에 쌓여있다. 수천 년을 두고도 해명되지 않은 숫자의 신비한 배열의 오묘함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해명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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