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 교류사업의 허와 실
도농 교류사업의 허와 실
  • 김흥주
  • 승인 2006.11.12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들어 농업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위기의 해법 찾기가 전사회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법은 크게 세 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첫째,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와 선진화된 농업기술을 바탕으로 농업경영의 합리화를 이루어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 해법은 주로 정부와 공공 연구기관, 기업관련 연구기관에서 제시하고 있다. 둘째, 친환경농업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와 고품질의 농산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농산물의 가격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소규모 지역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에서만이 승산이 있다는 논리다. 셋째, 도시와 산업부문의 풍요를 바탕으로 농촌과 농민을 ‘도와주어’ 위기를 벗어나게 하자는 것이다. 이 해법이 바로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도농교류사업’이다.

 도농교류의 열풍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1사1촌 운동’은 이제 캠페인 차원을 넘어 정부 정책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이 운동은 농민ㆍ기업ㆍ정부를 잇는 상생의 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삼성물산이 지원하는 강원도 화천의 토고미 마을이라는 스타 마을을 탄생시켰다. 나아가 또 다른 도농교류사업으로 ‘그린 어메니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농촌에 남아 있는 전통유산과 자연환경을 관광자원화 하여 도시민을 끌어들임으로써 농촌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도농교류사업은 주5일제 근무와 웰빙 열풍,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대면성(face-to-face)에 대한 향수 등을 배경으로 확산 일로에 있다.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라는 시민단체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농정 연구기관과 기업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도시인의 안식처로서 새로운 관광 농촌을 만들려는 종합발전계획을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농림부도 최근 중점 추진사업으로 도시민의 농촌정주를 촉진하는 ‘농촌복합생활공간조성사업’을 제시하고, 도시민을 유치하기 위한 은퇴자 마을조성 콘테스트, 농촌 복합생활공간 시범마을 조성,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의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도농교류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는 분명히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농업위기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해법이 매우 표피적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농업위기의 근본 원인은 지난 60년대 이후 산업화 전환비용과 산업구조조정 비용을 농업부문에서 찾으려 했던 농업정책에 있다. 따라서 농촌 살리기는 그동안 강요되어진 농민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권리로서 이루어져야지 도시와 산업 부문의 ‘시혜’ 차원에서 이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둘째, 농촌성(rurality)마저 상품화하려는 시장경제의 논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민정부의 관광농원 정책, 국민의 정부 시절 유행하던 녹색관광 정책이 실패한 이유도 바로 이를 천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 도시와 농촌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차원의 도농공동체 구축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패러다임하의 도농연대보다 도시인의 정서적 안식처로서 농촌 공간만을 만들려는 욕심이 지나치게 앞서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도농연대는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라 상호 필요성이 복합적으로 맞물릴 때 가능하다. 도시와 농촌, 소비자와 생산자 서로가 사회경제적 거리를 축소하고, 상호신뢰를 확산하며, 지속적 교류를 통해 관계를 확대해갈 때 필요성은 절실해진다. 이러한 연대구축의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은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농업생산과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농업을 통해 도농상생의 사회체계를 만들어 농업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미국의 시민농업 운동은 도시와 농촌의 단순한 교류가 아닌 ‘소비자의 생산, 생산자의 소비’를 통해 유연한 도농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이다. 영국의 로칼푸드(local food) 운동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생산자에게는 경제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식품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도시와 농촌의 공간적ㆍ기능적 결합이 아닌 유기적ㆍ생태적 결합관계를 지향한다. 일회성 교류사업이 아니라 신뢰 확산과 거리 축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교류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시와 농촌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상생하는 파트너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의 도농교류사업이 진정한 도농연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