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지막이 아름다워야 한다
인생은 마지막이 아름다워야 한다
  • 김양일
  • 승인 2006.11.13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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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해가 저물어 또 다른 한해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생각해보면 ‘또 다른’이라는 말은 신비하다. 이제 세월의 바퀴를 또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그래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여유와 함께,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해는 지난해보다는 나으리라는 희망을 약속하는 말이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으니 결코 서두르지 말라.”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남긴 유언이다. 상황이 무르익기를 기다려 최후의 승자가 되는 때를 기다린다는 대기만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가 75세 때까지 고단위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건강 덕이었다.


 17세기 당시에 드물게 장수를 누렸던 것은 지금의 시즈오카현 하마마스에 살고 있을 때 끼니마다 보리밥을 먹고 매 사냥으로 건강관리에 진념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옛술 연구가들은 이에야스가 오랫동안 특별히 양조해 마신 인동주의 자양강장 성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야스가 본거지를 하마마스로 옮기면서 이 술이 진상품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겨우살이덩굴, 금은화 란 이름으로 알려진 인동초는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봄에 다시 순을 내기 때문에 인내와 끈기를 상징하는 말로 사용돼왔다.


 우리에게 영화로도 친숙한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유명한 말로 끝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원본에는 “내일은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이다”로 되어있다.


 남북전쟁의 패배로 인해 가문이 몰락하고 부귀와 영화가 바람과 함께 사라진 남부의 한 여인의 삶을 그린 대작인데. 아름답고 콧대 높은 대지주의 딸 스칼렛 오하라는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이지만 생기발랄하고 자신의 꿈과 야망을 포기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질투와 이해관계 때문에 세 명의 남자와 결혼하지만 결국 첫 번째 남편과 두 번째 남편은 죽고 세 번째 남편 레트는 첫사랑 애쉴리를 잊지 못하는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


 사랑도 재산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스칼렛, 그러나 그녀는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땅 타라로 돌아가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결심한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스칼렛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상실과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오히려 더욱 강인하고 성숙해지고 실패 속에서도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하는 그녀의 감성와 지성의 능력 때문이다.


 새로운 해의 시작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지난날 좌절하고 실망하고 마음 아팠던 기억이 있다면 이제 다 뒤로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내일은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이다’라면서 스칼렛의 인생을 반면교사로 심어보자.


 찬바람을 이겨내는 겨울 소나무를 보면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사람을 보는 것 같아 옷깃을 여미게 된다.


 언제나 성공한 사람 뒤에는 수많은 고뇌와 좌절과 고통이 숨어있을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자신을 아는데 있으며 글 쓰는 목표는 삶 속에 햇빛을 반짝이게 하는데 있다”는 시인 에머슨의 말이 생각난다. 사마천의 ‘인간평가방법’이란 글이 절로 떠오른다. 인간평가는 불우했을 때 어떤 사람과 친했는지, 부유했을 때 누구에게 나누어 줬는지, 높은 지위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등용했는지, 궁지에 몰렸을 때 올바르지 못한 짓을 하지 않았는지, 가난했을 때 탐취하지 않았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성공이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이겨내고 바르게 전진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건 살아있는 자신을 사랑하고 연마하는 것이리라.


 우리생활 주변 곳곳에 있는 인동초 문양은 그 질긴 생명력과 시들지 않는 지조와 부끄럼 없는 양심을 떠오르게 한다. 혹독한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다. 어제 비가와도 오늘 목련은 핀다. 하루하루를 두려움 없는 부끄러움 없는 성실한 삶을 건강하게 열심히 살자. 그 속에서 인생의 행복과 성공을 찾자.


 인생은 마지막이 아름다워야 한다. 우리 모두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보는 세모의 계절이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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