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수험생과 학부모
새로운 시대의 수험생과 학부모
  • 윤석화
  • 승인 2006.11.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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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동장군은 얄밉기도 하다. 수능시험날 마다 찾아오는 동장군의 횡포를 피해 수능 날짜를 옮기면 어김없이 뒤따라오곤 하는 동장군(수능한파)이 이제는 미운 마음이 든다. 서양의 어느 유명한 컨설팅회사에서 국가별로 가장 기억이 되는 대표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미국하면 할리우드 영화, 프랑스하면 향수, 독일하면 쌍칼, 이탈리아 하면 핸드백, 그리고 스위스하면 시계가 떠오른다고 하고, 그런데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전투라고 벌릴 것 같은 노사분규현장 이라고 답했다고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단 하루 단 한건의 노사분규도 없었다는 보도는 바로 우리 아들딸들이 가슴조이며 수능시험을 보는 수능시험 날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조사에 답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요즈음에 자식을 둔 어른들 간에 회자되고 있는 말 중에 큰 욕(설)이 있는데, 서로 간에 의견 다툼이 있을 때 “수험생 자식이나 두라”하며 말을 하기도 하고, 더 큰 욕(설)은 “재수생 자식이나 두라”라고 말을 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가만히 마음에 새겨 볼 때마다 자식을 낳아 모든 입시를 특히 대학입시를 경험해 본 학부모들의 가슴 저리고 애가 탄 나머지 숯검정이 된 학부모의 마음을 그려보면서 앞의 한 맺힌 말들을 이해하고 싶다.

 수험생을 둔 우리의 학부모들은 자나깨나 일년 삼백육십오일, 어느 한때 마음편한 날 없이 오로지 자식의 앞날에 좋은 일만,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고 있다. 하물며 재수생을 둔 학부모의 마음을 어찌 필설로 다 말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연유에서 우리 학부모의 마음을 해학적으로 풀어 만든 화이트(white)욕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6일 수능시험을 본 수험생과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마음 조이며 하루가 일년처럼 지냈을까 하는 마음에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제 수능시험이 끝났다. 대학로를 비롯한 로데오거리마다 단발머리 학생들로 거리가 떠들썩하다. 수능시험에 관계없는 듯 그들의 얼굴에는 수능시험 준비로 얼룩진 그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어쩌면 오늘 같은 환한 얼굴 모습이 본래의 청소년들의 제 모습일지 모른다.

 “하루만 아니, 한나절만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더 잘 시험을 볼 수가 있었을 텐데......”란 생각을 안 해본 수험생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결과에 순응해서 최종결과가 나올 때 까지 냉철하게 성적결과를 분석해서 자기 인생의 첫 단추를 잘 달 수 있도록 선생님과 부모님의 의견을 모아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

 수능시험은 우리고교생들이 대학을 거쳐 사회인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할 첫번째 시련이자 관문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수능시험 성적 결과가 물론 앞으로 전개될 삶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결과에 대한 본인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문제해결의 열쇠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한 수험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주어지길 빌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학부모님들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원광대학교 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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