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단 하루 단 한건의 노사분규도 없었다는 보도는 바로 우리 아들딸들이 가슴조이며 수능시험을 보는 수능시험 날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조사에 답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요즈음에 자식을 둔 어른들 간에 회자되고 있는 말 중에 큰 욕(설)이 있는데, 서로 간에 의견 다툼이 있을 때 “수험생 자식이나 두라”하며 말을 하기도 하고, 더 큰 욕(설)은 “재수생 자식이나 두라”라고 말을 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가만히 마음에 새겨 볼 때마다 자식을 낳아 모든 입시를 특히 대학입시를 경험해 본 학부모들의 가슴 저리고 애가 탄 나머지 숯검정이 된 학부모의 마음을 그려보면서 앞의 한 맺힌 말들을 이해하고 싶다.
수험생을 둔 우리의 학부모들은 자나깨나 일년 삼백육십오일, 어느 한때 마음편한 날 없이 오로지 자식의 앞날에 좋은 일만,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고 있다. 하물며 재수생을 둔 학부모의 마음을 어찌 필설로 다 말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연유에서 우리 학부모의 마음을 해학적으로 풀어 만든 화이트(white)욕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6일 수능시험을 본 수험생과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마음 조이며 하루가 일년처럼 지냈을까 하는 마음에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제 수능시험이 끝났다. 대학로를 비롯한 로데오거리마다 단발머리 학생들로 거리가 떠들썩하다. 수능시험에 관계없는 듯 그들의 얼굴에는 수능시험 준비로 얼룩진 그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어쩌면 오늘 같은 환한 얼굴 모습이 본래의 청소년들의 제 모습일지 모른다.
“하루만 아니, 한나절만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더 잘 시험을 볼 수가 있었을 텐데......”란 생각을 안 해본 수험생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결과에 순응해서 최종결과가 나올 때 까지 냉철하게 성적결과를 분석해서 자기 인생의 첫 단추를 잘 달 수 있도록 선생님과 부모님의 의견을 모아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
수능시험은 우리고교생들이 대학을 거쳐 사회인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할 첫번째 시련이자 관문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수능시험 성적 결과가 물론 앞으로 전개될 삶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결과에 대한 본인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문제해결의 열쇠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한 수험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주어지길 빌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학부모님들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원광대학교 어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