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노동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의 노동은 어떻게 될 것인가?
  • 김윤태
  • 승인 2006.11.28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6년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서구의 노동자들이 가졌던 4가지의 일자리 중 3가지는 이제 컴퓨터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 인해 21세기 중반에는 현재의 1억 2천만 명의 노동자들 가운데 1억 명 정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들의 일자리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은 암울한 예언처럼 들린다.

 이미 1980년 프랑스 경제학자 앙드레 고르는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이라는 책에서 미래에는 임금노동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업의 증가를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자유와 재능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 녹색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기도 한 고르(현재는 유럽의회 의원이다)는 생태주의적 시각에서 노동시간의 감소를 중요한 강령으로 제기했다. 풍족한 사회에서의 실업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의 감소를 반영한다고 보았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일하기만 한다면 훨씬 적게 일해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르의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 칼 마르크스의 사위이자 사회주의자였던 폴 라파르그는 <게으를 수 있는 권리>라는 자신의 책에서 방직기계 1대가 1분 동안 작업한 양이 숙련 여공의 100시간 작업량이란 것을 근거로 들며 “그럼에도 노동에 대한 맹목적인 열정을 불태울 이유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나아가 하루 노동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지고 개인에게는 더욱 많은 휴식이 주어져 결국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199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조스팽이 이끄는 사회당 정부에 의해 정책으로 실행되었다. 조스팽 정부는 1주당 35시간 노동을 법률로 규제하였다. 그러나 기업계는 노동시간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프랑스 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점점 늘어나는 실업의 시대에서 노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인구가 점차 감소하면서 제3 부문(The Third Sector)의 자원봉사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생겨나고 있음을 주목하였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이러한 노동을 임금노동과 구별하여 ‘시민노동’이라고 불렀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신 사회적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체로 이런 노동은 회비, 기부금,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으며 자원봉사에 대한 세금공제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스웨덴 정부가 적극적이다. 1990년대 이후 스웨덴 정부는 의료, 복지, 보육 등 공공부문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근 노무현 정부도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시민사회의 공동체 중심의 서비스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커지고 있지만, 임금노동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 않은가?

 <건양대학교 사회학 교수, 전 국회도서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