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혀(舌)들의 전쟁
말 말 말: 혀(舌)들의 전쟁
  • 박희석
  • 승인 2006.11.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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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인간의 정신활동의 산물로써, 인간의 사고(思考)를 표현해주는 사고의 존재양식이라고 흔히들 말하고 있다. 즉 이는 「말은 인간의 생각을 표현해주거나, 생각을 주고받는 도구」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일찍이 「언어는 존재의 집」이요, 「말은 공존과 병존의 표현」이라 설파한 학자가 있지 않았던가?

 또한 언어는 인간의 사회 문화와 밀접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른바 사피어-워프의 언어 상대성 가설을 들지 않더라도, 언어는 그 언어가 존재하고 사용되는 환경인 사회와 문화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며, 또한 주체적으로 그 사회와 문화에 대해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고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오늘날 우리의 사회적 상황에 비추어 말과 생각에 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 말속에는 개성, 교양, 인격 등 그 사람의 사람됨이 스며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람의 말 씀씀이로부터 그 사람의 사람됨을 엿 볼 수가 있게 된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말이 말 되지 않는 시대, 다시 말하면 커다란 틈이 벌어진 극심한 언어의 혼란시대를 살며 시대의 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이 가져다 준 자유와 풍요의 이면에 폭력과 억압의 그늘이 깊이 드리워져 광기어린 섬뜩한 독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을 보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막말 경연대회를 하는 것처럼, 마치 대변인이라기보다는 생채기내고 꼬투리 잡는 독을 품은 저격수로 전쟁을 치루는 것 같다.

 성경에 “혀는 곧 불이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불은 좋은 일에도 쓰일 수 있고, 나쁜 일에도 쓰일 수 있다. 이와 같이 말도 양면성을 갖고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것도 사람의 말이지만, 또 가장 흉악한 것도 바로 사람의 말이라는 뜻이다. 「칼에 벤 상처는 쉽게 아물어도, 혀에 벤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혀(말)의 힘이 얼마나 큰 가를 잘 시사해주는 말이다.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살리기도 한다.

 우리는 그 동안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산 것 같다. 좋고 아름다운 살리는 말보다는 독설과 폭언을 더 많이 하며 독침을 쏘아 상대방의 영혼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지 않았나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바꿔야 한다. 말의 혁명이 있어야 하겠다. 한맺힌 자의 감정적 카타르시스, 한풀이의 독설이 아니라, 새로운 말, 신뢰 용서 위로 격려 감사 사랑 칭찬 화합의 살리는 말을 해야 하겠다. 절제된 언어는 행복과 화해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그런 변화의 조짐이나 힘이 없는 것 같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한다. 말 한마디가 운명을 바꾼다. 말이 미래를 디자인한다. 말에는 놀라운 능력의 씨앗이 들어 있다. 그것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능력이다. 변화의 시작은 말의 변화로부터 온다. 인간에게만 말을 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해주신 신의 은총에 감사하며, 무분별한 말의 홍수 속에서 헤어 나와 진정 살아 숨쉬는 참된 말을 찾아 소중한 우리의 생각과 얼을 한껏 담아 아름답게 표현해보자. 그리 하면 참다운 대화의 정신이 우러나오고 마음의 문이 열려 반목과 대립이 화해와 협조로 바뀌어 끈끈한 정이 흐르는 살기 좋은 사회가 이룩되지 않을까?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우리의 미래사회를 더욱 밝고 훈훈한 사랑이 넘치는 신뢰의 사회로 이끌어가기 위하여 이제 나부터 말을 점검해보고 언어의 폭력을 바꿔보는 자세를 가져 볼 수는 없을까? 간절한 바람이다.

<군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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