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만 가는 내집 마련의 꿈
멀어져만 가는 내집 마련의 꿈
  • 황석규
  • 승인 2006.11.29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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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삼천변을 따라 가다보면 청명한 가을하늘과 억새가 어울려 또 하나의 멋진 자연경관을 만들고 있다. 억새건너로는 여기저기 아파트 건설현장들이 즐비하다.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비어 있는 곳도 각종 택지개발지구들로 빼곡히 지정되어 있다. 이것들이 다 건설되고 나면 이 삼천변이 전주의 중심시가지가 될 것 같다. 서울이 한강이남으로 개발이 시작되어 중심이 강남으로 이동 했듯이 말이다.

 전주는 1960년대 이후로 토지구획정리사업, 택지개발사업 등 도시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조성된 지구의 면적은 녹지면적을 제외한 시가화구역면적에서 43.1%에 달하고 있다. 이중에는 최근에 분양된 하가지구를 포함하여, 효자3,4지구등도 포함되어있다. 여기에 ‘주거환경정비지구’는 60여개 약400ha에 이르고 있다. ‘주거환경정비지구’이라함은 아파트로 재건축 재개발 하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많은 곳이 부서지고 새로이 지어 진다면, 전주는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 도심에 녹지가 적어져 기후, 환경의 변화는 당연 하겠지만 그러한 불편을 감수하고 서라도 적어도 하나의 기대는 해도 좋지 않을까? 모든 가구가 원하는 주택에서 생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도 못한 것 같다. 이렇게 많은 택지가 공급되고 있는데 왜 공급가격은 그런 기대마저 비웃으며 날이 갈수록 오르기만 하는가? 지난 16일 실시된 하가지구 공동택지 경쟁입찰에서 일신건영(주)은 예정가격보다 2.5배나 높은 평당 470만원으로 낙찰 받아 도내에 공급된 공공택지 중 사상 최고가격을 기록했다. 이날 낙찰된 다른 2개 블록도 각각 평당 447만8,900원(예가의 2.4배), 445만8,110원(예가의 2.4배)에 땅값이 결정돼 공공택지의 평당 땅값이 평균 450만 원대로 기정사실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 평당 9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의 아파트 분양가 추위를 보면 2004년 포스코가 고급화를 추구하며 서부신시가지에 지은 더샵아파트를 평당 5백만원에 분양하면서 꿈틀대는 기미를 보였다. 이전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3백만원 안팎이었다. 이후 2005년 현대파크가 평당 6백50만원, 2006년 태평동 SK뷰가 750만원대로 3년사이 2배로 뛰었다. 전주시의 지난 3년간 평균 아파트 상승률은 47%에 이르고 있다.

 여기 저기 아파트는 계속 지어지는데 내가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아파트 가격인상은 전주만의 문제는 물론 아니다. 아파트가격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을 비롯한 전국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전국적인 상황 속에서 천안시의 경우는 성공적인 분양가 잡기에 성공한 듯 보인다. 최근 법원에서 위법판정을 받기는 하였지만 천안시의 분양가 상한제는 연구해볼만 하다. 천안시는 기초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는 분양승인권을 활용해서 2004년부터 ‘분양가 상한제’ 정책을 실시했다. 천안시가 건설업계에 제시한 분양가 상한선은 2004년 600만원, 2005년 624만원, 2006년 655만원이다. 토지가격과 표준건축비, 부대비용 등을 전문가 의견을 들어 산출했다. 건설사 수익 10%도 포함시켰다. 이 제도가 비록 권한 남용이라는 이유로 법원의 위법판정을 받고 타지역에 대비하여 공급량 부족으로 기존 아파트의 가격을 상승시켰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를 십분 감안하여 보완한다면 분양가 조절의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서민들의 내집마련에 부응하는 공공기관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하다. 분양가 인하는 합리적인 택지비 조정 없이는 원가공개를 확대해도 이루어 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지자체등 공공기관이 공공택지내에 토지분양가를 최초 수용가보다 무려 최고 10배이상 비싸게 판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서부신시가지의 경우 12만원에 토지수용을 해서 , 270만원에 택지분양을 하여 수용가 대비 20배의 수익을 지자체가 챙기고 서민들에게 평당 650만원 이라는 부담으로 되돌아 왔는데, 하가지구는 평균 50만원선에 토지수용을 해서 470만원에 택지분양을 하였으니, 이후 아파트분양가는 평당 900만원이 넘을 것이 자명한 일이고, 이는 결국 최종수요자인 전주시민의 부담으로 고스란이 되돌아 오게 될것이다.

 우선 먹기는 곳감이 달다고... 지자체가 재정난 만을 탓하며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땅장사에 몰두하고있는 동안 가뜩이나 소비부진으로 활력을 잃어버린 전북경제에 서민의 집값대출 부담은 소비를 더욱 위축 시킬것이고, 이후 경제상황변화로 집값이 하락이라도 하는 날이면 고분양가로 마지막 폭탄을 떠안은 전주시민의 절망은 어찌 감당하려 하는가?

 주택가격 폭등에 대한 원인을 중앙정부 정책실패에서만 찾지말고 전주시만의 사정을 감안한 현실적인 택지비 산정에서부터 분양가까지 포괄적인 주택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전주시가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나 서민들의 내집마련에 적극적인 정책으로 솔선수범할 때이다.

 <생명의 숲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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