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은 편지 한통
마음에 담은 편지 한통
  • 이인철 익산분실장
  • 승인 2006.12.03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6년 병술년 개띠의 해가 저물어 간다. 이때쯤이면 새해의 축하인사를 담은 연하장과 편지를 스승과 부모, 친구, 친지 등에게 보내는 일이 생활화 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정보통신산업의 발달로 ON-LINE 문화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OFF-LINE 문화가 갈수록 쇠퇴해 우편보다는 컴퓨터의 이메일과 핸드폰의 문자메세지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빠르고 신속한 인터넷이 보급되고 있지만 자필로 직접 쓴 편지만큼 따뜻하고 정감이 느껴지는 점은 따라 올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평생을 통틀어 과연 몇 통의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감성이 풍부한 소녀시절의 여학생들이라면 편지를 통해 자신의 수줍은 마음을 한번쯤은 표현해 봤을 법도 하다.

 그러나 요즘처럼 인터넷 문화속에 편리한 이메일이라는 것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그도 쉽지 않다.

 더욱이 대부분의 남자들은 평생에 편지를 써볼 수 있는 기회란 학창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행해지는 편지쓰기 행사를 제외한다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편지만이 가질 수 있는 감미롭고 사랑스러울 수 있는 그만의 향기는 오래된 추억으로 뒷거름질치고 있지만 그것만의 향수는 그 어떤 정보통신의 발달도 따라올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10월 11일 미국워싱턴시내 한국전쟁기념탑 앞에서는 편지낭송회가 열렸다. 한국전쟁참전용사의 가족과 친구 등 20여명이 떠나간 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아 읽는 행사였다. 짧은 내용의 편지였지만 머릿속에 자꾸 맴도는 내용이 있다.

 “사실 전 아버지에 대해 전혀 기억을 못해요. 아버지는 제게 낚시도, 야구도, 괴롭히는 친구를 어떻게 혼내줘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일찍 떠나셨지요. 하지만 저는 아버지의 군번표를 35살이 되던 때까지 목에 걸고 다녔어요”

 전몰 미군의 자녀가 쓴 이 편지는 50여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미국인들의 삶에 각인돼 있는 한국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997년에 상영한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영화 ‘편지’에서는 진한 감동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기억이 난다.

 뇌종양으로 죽기 전 홀로 세상에 남을 아내를 위해 편지를 쓰는 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기차역에서 떨어뜨린 지갑을 찾아준 것을 계기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던 중 박신양은 악성 뇌종양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이 죽고 나면 홀로 남을 아내를 위해 편지를 쓴다.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슬픔에 지쳐 세상을 등질 최진실 앞으로 생전에 썼던 편지가 도착한다.

 이렇듯 우리의 소중한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었고 인생을 바꿀수 있는 희망을 던져주는 수단이었던 우편이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정보통신부의 일반통상 우편물량 발표에 의하면 2001년 47억5천9백만통, 2002년에는 52억2천3백만통을 정점으로 2003년에는 49억3천9백만통으로 5.4%가 감소했다.

 2004년에는 46억5천1백만통으로 5.8%가 감소, 지난해에는 44억4천2백만통으로 4.5%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도 우편물의 대부분은 카드요금이나 전화요금 청구서가 차지하고 있다.

 다사다난 했던 병술년!

 수백 년이 흘렀지만 해마다 사건이 많기는 변함이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북한핵실험, 부동산정책, 정계개편의 이슈와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까지,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다.

 힘들고 지치게 달려온 올 한해를 잠시 접어두고 여유로운 삶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화가 끊긴 자녀에게, 혹은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진솔한 마음과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한통을 써보는 것이 어떨는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