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과 트렌드
유행과 트렌드
  • 김진
  • 승인 2006.12.11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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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때마다 다양한 유행이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행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트렌드(Trend)라는 용어를 많이들 사용하는 것 같다. 패션에서부터 비즈니스, 또는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트렌드라는 용어가 우리사회 전반에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 있다. 트렌드를 모르고서는 옷 입는 것부터 말 하는 것, 돈 버는 것은 물론이고 일하거나 생각하는 것, 심지어는 먹고 노는 것까지도 뒤쳐진다.

 그 이유는 트렌드를 정의할 때 ‘논리적, 추세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나타날 수 있는 유력한 현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의된다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가 트렌드이고, 살아가는 모든 분야의 다양한 모습들이 다 트렌드로 귀결되기 때문에,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고서 남을 앞서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유행과 트렌드를 같은 의미로 섞어서 사용하기에는 시공간상의 경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유행은 특정한 행동양식이나 사상 따위에 많은 사람이 동조하는 일시적인 현상을 말하지만, 트렌드란 향후 몇 년간의 중기적인 관점의 경향이나 방향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트렌드가 꼭 전문적인 학문의 영역을 가지거나 고형적인 형태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껏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과는 다른 경향이나 방향성을 가진 변화의 징후들이 보인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되는 것이다.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츠는 그의 저서에서 ‘정보는 재생이 가능할 뿐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마치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트렌드라는 키워드는 메가트렌드나 트렌드워처(trend watcher)와 같은 신조어와 함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신 유행이나 소비자의 경향을 신속하게 포착하여 분석하고, 그 정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트렌드워처들이 마케팅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또 향후 몇 년 정도의 중기적인 관점의 트렌드에 비해, 1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크고 중요한 방향성을 말해주는 메가트렌드 역시 중요한 관심사로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메가트렌드는 곧바로 그 사회를 성장시킬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에, 많은 기업이나 정부, 또는 지자체들이 앞을 다투며 메가트랜드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와 관련한 우리주변의 이야기를 한 가지 해보고자 한다. 요즘 서민들은 물론이고 화이트칼라와 여성들 사이에서까지 전주 막걸리가 유행처럼 번지며 인기몰이 중이다. 한 주전자를 시키면 수십 가지 안주가 따라 나오는 <전주식 막걸리집>이 확산 추세에 있는 것이다. 전주시 일원의 막걸리 전문점만 해도 100여 곳이 성업 중이다보니,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신바람에 묻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주지역 막걸리 제조업체인 대성주조와 전주주조 등 두 회사의 생산량만 보더라도 하루에 2만9천여 병으로 연간 1,000만병을 넘는다고 하니, 오랜만에 접해보는 반가운 얘기이다.

 하지만 보태고 싶은 말이 있다. 이러한 일이 절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주시도 막걸리를 이용한 관광 상품화 및 산업화 촉진을 위하여 ‘막(Mak)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니 ‘반짝’하고 말리야 없겠지만 발걸음이 더디다 싶어 마음이 급해진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벌여온 여타의 브랜드마케팅처럼 많은 돈을 들인 홍보나 인위적인 마케팅이 이루어진 것도 아닌데,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이러한 기회가 만들어 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간 업주들의 많은 노력과 정성이 모여 어렵게 만들어낸 막걸리의 향수를 지역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서둘러야 할 몫일 것이다.

<경희대 무역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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