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집단 살처분 생명경시 대책 없는가
AI 집단 살처분 생명경시 대책 없는가
  • 이승준
  • 승인 2006.12.11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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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익산시의 조용한 한 지역에 갑자기 조류 인플로엔자(AI)가 발생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조류 인플로엔자는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하며 닭, 오리, 칠면조, 야생조류 등에 감염, 피해를 주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특히 고병원성인 H5N1형은 치사율이 100%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제1종 법정 가축전염병, 국제수역사무국은 A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야생조류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기 때문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모두 죽는게 아니라 몸이 약한 조류인 경우에만 죽는다.

 그러나 가축은 적은 사료나 좁은 공간에서도 잘 자랄 수 있고 알도 잘 낳을 수 있도록 유전적 요인만 가진 품종으로 이같은 고병원성 전염병에 걸리면 모두 죽게된다.

 따라서 양계장 등 한곳 지역에서 이 병이 발생하면 빠른 전파력 차단을 위해 일정한 지역을 지정, 살처분하게 되는데 이 또한 지하수 오염 등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뒤따른다.

 AI가 발생한 이 지역은 아직도 전염경로도 모른체 반경 3㎞내에 있는 일정 지역의 멀쩡한 닭과 오리, 심지어 개나 고양이까지 영문도 모르고 생 떼죽임을 당했다.

 인간무지에서 온 잔인한 선택밖엔 별도리가 없었던 것 같다.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거들던 양축 농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더욱 크게 확산되지 않고 종료될 것으로 여겨져 큰 경험과 배움으로 자위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 조류독감 발생지역에서 살처분 돼 매몰된 닭은 모두 77만1천수다. 여기에 병아리도 37만여 마리나 된다. 또 종란(種卵) 747여만개, 돼지, 개, 고양이 등 가축도 500여 마리나 된다.

 이같이 살처분 되고 있는 행태에 동물보호단체가 그냥 넘길 일이 없다.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축을 죽이는 안락사의 범위가 확대 되면서 이의 제기는 당연하다 하겠다.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생명의 귀중성이다. 닭이나 고양이라고 생명이 귀중하지 않겠는가. 생명의 의지는 인간과 마찬가지다. 우주 삼라만상의 생명체는 모두 귀하지 않은게 없다.

 환경문제가 무엇인가. 바로 생명 경시문제가 아닌가. 죽이려면 좀 조용히 죽일 일이지 왜이리 소란스럽게 매일 몇 % 살처분 실적을 올렸다며 대견스러워 하는지….

 명복을 비는 제(祭)라도 지내지는 못한다지만 살처분 한다는 마음보다는 예방차원의 대책행사라는 인식이라도 가졌으면 해서다.

 얼마되지 않은 지난 2003년에도 조류독감 발생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 했던 기억이 잊혀지지도 않은체 똑같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했던가.

  급한김에 포대속에서 꿈틀거리는 닭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매몰시키는 광경은 차마 볼 수 없는 힘들었던 일이지만 특히 초등학교 어린 아이들에겐 보여 줄게 아닌듯 싶다.

 그 동안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길렀던 양계 농민들이의 마음구석엔 한의 눈물이 고였던 것을 알턱이 없다. 그런 것 저런 것 따질 겨를도 없었으니까.

 결국은 인간의 식용으로 쓰이는 동·식물들을 어떻게 죽인들 어떠리 하겠지만 순리를 거스리는 참혹한 행태는 결코 우리의 정서적 삶에 도움이 되지 못함을 깨달아야 할 것 같다.

<익산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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