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모임, 난 영화를 본다
송년모임, 난 영화를 본다
  • 장병수
  • 승인 2006.12.14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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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 메시지 함에 또 문자가 날라 온다. 역시나 송년 모임 안내 메시지다. 요즘 들어 이런 문자를 한 두 번씩은 다 받아 보았을 것이다. 사업상, 때로는 우정을 위해서 혹은 어쩔 수 없는 인간관계 때문에 발걸음은 문자에 적힌 그 장소에 도착해 있다. 연말이라서 갈수록 이런 날이 많아 질 것만 같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술에 젖어 하루를 마감하겠지…….

 작년 이맘때의 일이다. 그날도 핸드폰에 적힌 송년모임 장소로 가던 중 또 다른 메시지가 날아왔다. 아들이었다.

 “아빠 오실 때, 영화 한편 빌려오세요!” 그때 빌린 영화는 챨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였다. 이 영화가 무성이고, 흑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채플린의 우스꽝스런 모습과 동작에 매료되어 갔으며, 채플린이 거대한 톱니바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에서 아이들의 호기심은 극에 달했다. 바로 그때 본 씬(scene)으로 나와 아들의 대화 채널은 다양해 졌으며, 지금도 간혹 그 장면을 떠올리며 현대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곤 한다.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비디오 한편이 가족이란 구심력을 더욱 강화시켜주었다.

 올해도 작년을 거울삼아 송년모임 날에는 어김없이 비디오 가게를 먼저 들른다. 어제는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며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나홀로 집에’와 통닭에 생맥주가 생각나서 닉 파크, 피터 로드 감독의 ‘치킨 런’을 빌렸다. 이미 아이들도 본 영화였지만 두 영화다 재미있으면서도 성장기 아이들에게 교훈적이며, 꿈과 용기를 심어 주는 영화다.

 참고로 이번 겨울에 아이들과 보면 좋을 영화인 조지 밀러 감독의 애니매이션 ‘해피 피트’와 숀 레비 감독의 ‘박물관이 살아 있다’가 12월 21일 개봉한다. ‘꼬마 돼지 베이브’를 만들었던 밀러 감독의 신작인 ‘해피 피트’는 주인공 멈블이 자신의 장점인 탭댄스를 활용하여 ‘킹카되기 프로젝트’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멈블은 광활한 얼음대륙을 여행하면서 여러 경험을 통해서 진정한 자아 찾기에 몰두한다. 숀 레비 감독의 ‘박물관이 살아 있다’는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로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과 미라 등 여러 전시품들이 밤마다 살아 움직인다. 실제로 뉴욕에 있는 박물관과 실물을 똑같은 세트장을 이용하여 화석과 표본들이 생생하게 살아 날뛰는 모습을 전달하기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했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다.

 이번 주에는 크리스마스 휴가동안에 휴가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담아낸 종합선물세트인 낸시 메이어스 감독의 ‘로맨틱 홀리데이’가 개봉한다. LA에서 영화 예고편 제작회사 사장인 아만다(카메론 디아즈)와 영국에서 인기 웨딩 칼럼을 연재하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 사이의 공통점은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찾아온 실연. 절망감에 사로잡혀있던 두 여인은 집을 바꿔 생활할 수 있는 사이트를 발견하고 2주의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서로의 집을 바꿔 생활하기로 계획한다. 2주간의 휴가동안 두 여인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발견하게 된다. 올 겨울, 가슴을 따뜻하게 적실 최고의 러브스토리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지난주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김상우 감독의 ‘Mr. 로빈 꼬시기’도 관심을 끄는 영화다.

 앞으로 몇 번의 송년모임이 이어질지는 몰라도 그때마다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도 꼭 챙겨서 집에 가야겠다.

<영화평론가·원광대 유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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