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無一存
三無一存
  • 윤석화
  • 승인 2006.12.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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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담 좋은 사람의 말솜씨를 가리켜 흔히 청풍명월(淸風明月)같다고 한다. 조선시대 성종 때 한양에 유청풍(兪淸風)과 박명월(朴明月)이란 소문난 입담 꾼이 살았는데 어찌나 욕(肉談)을 구수하게 잘 하던지 듣는 사람들의 배꼽을 뺄 정도로 풍자와 해학이 넘쳐 반상(班常)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입과 입을 모아 웃음꽃을 나누었다고 한다.

 청산유수(靑山流水)란 말도 있다. 말솜씨가 거침없이 잘 하는 사람을 가리켜 쓰는 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말 하나는 청산유수네’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데 과연 누구일까?

 요즈음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대권주자 그리고 정치인들과 가끔 외도한 교수들의 오가는 말솜씨는 과연 청풍명월이요 청산유수일까? 말이란 참으로 묘한 것 같다. 한 마디의 말에 마음의 위안과 평온을 얻게 되는가 하면 말 한마디에 한 평생을 원망과 분노와 미움으로 가슴 저리며 살아가기도 하니 말이다. 말은 한번 내 뱉으면 되돌릴 수도 없기에 말을 할 때 진실로 듣는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감동과 감격에 벅차게 하는 신중한 청산유수 같은 말을 해야 된다고 본다.

 사람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태어나는 경우만을 제외하고는 선택해야 할 때가 여러 번 있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에도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상당히 많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도 가장 선택을 잘 했다고 자부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3가지 선택 중 하나가 대학 재학 중에 ROTC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오늘에 있기까지 인생관, 교육관, 세계관 그리고 올바른 가치관을 갖을 수 있기에는 바로 ROTC정신을 몸소 체험하고 실천에 옮겨가며 살아온 덕이 아닐까 한다.

 ROTC정신이라는 것은 바로 三無一存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三無一存이란 학연, 지연, 혈연은 없고 오직 존재한다는 것은 기수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로지 학연 지연 혈연 관계없이 ‘선배에게 존경을, 동기에게 우정을, 후배에게 사랑’만이 존재하는 ROTCian만이 있을 뿐이다.

 작금의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남북으로 갈라져 동족상쟁의 뼈아픈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서로 갈라져서 사분오열이 되어 인종차별 아닌 지역차별이 극대화 되었고, 이념논쟁, 색깔논쟁으로 정치인들은 입으로 날을 새고 있으니 어찌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노랑깃발만 들고 나오면 묻지마 투표했던 지난 과거를 참회하면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달라지겠다고 다짐해본다.

 이제는 멍들고 응어리진 한반도의 가슴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가치관의 변화가 이루어질 절호의 기회가 왔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가치관은 ‘좋다 싫다’의 가치관이었다고 본다. 친구가 좋으면 나도 좋고, 이 지역 출신이면 무조건 좋고, 저 지역 출신이면 무조건 싫은 가치관이었다고 본다. 이제 21세기의 가치관은 ‘옳다 그르다’의 가치관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행동과 언행이 옳지 않다고 한다면 지지해선 안 되고,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일지라도 행동과 언행이 옳고 가치관이 바르면 그 사람을 지지해야 하는 것이 바로 三無一存과 같은 정신이 아닐까 한다.

<원광대학교 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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