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단체장과 시민단체
선출직 단체장과 시민단체
  • 이병채
  • 승인 2006.12.17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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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핵문제를 비롯 한미 FTA 등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을 생각하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침체된 한국 경제를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인터뷰 내용.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의 경제는 날로 좋아지고 있는데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갓 넘은 나라가 드러누워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지도자는 건전한 철학과 뚜렷한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조직의 책임자가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조직원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무슨일을 시켜도 불만이 없는 법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생활에 활력소가 되어야 하는데 본질을 벗어난 일부 시민단체가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선출직 공직자의 배경이 낳은 산물인지는 모르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무슨 행사가 있을때마다 단체장을 행사장으로 초대하려고 한다. 초대받은 단체장들의 입장에서는 참석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경우에 처하곤 한다. 가자니 공무에 차질이 우려되고, 안가자니 다음 선거 표관리에 문제가 있을테니 난감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를 앞장서 얼굴 알리기용으로 선호하는 단체장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만일 특정단체 때문에 행정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제부터라도 단체장들은 냉정해야 할 때이다.

 시민단체도 진정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여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이 같은 부담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가 소신껏 행정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시민단체 스스로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물론 모든 시민단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국민이 바라는 시민단체로 거듭나기 바란다.

 봉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으로부터 출발해야한다. 하지만 이를 외면하면서 겉으로는 봉사라는 깃치를 내걸고 안으로는 관료들에게 상이나 받으려고 아부하는 행동이 과연 적절한 행동일까?

 마치 도덕 군자처럼 보이던 사람이 이쪽 저쪽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또다른 모습을 보는것과 다를바 없다. 그들은 처세와 변명에도 능하여 그럴듯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가 속한 단체의 내부적인 혼란과 갈등이 만만치 않다. 그뿐만 아니라 행사장에 초청한 관료들은 장시간 자축행사의 들러리로 세우려는 꼴사나운 작태가 연출되기도 한다. 게다가 원칙도 기준도 없는 상을 남발하고 있어 상에 대한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공이 없는자가 상을 받으면 공이 있는자가 떠날것이요, 악을 행한자를 용서하면 선을 행한자가 해를 입을 것이다. 이는 조선시대 관리였던 퇴계 이황의 상소문에 나오는 말로 신상필벌이 엄정해야함을 가르치고 있다. 공을 세운 사람이 떠나야하고 벌을 받아야할 사람이 용서 받는다면 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우리는 이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한다.

 칭찬운동 또한 마찬가지다. 무조건 칭찬하라고 하기보다는 연기만 잘한다면 관중은 칭찬뿐만 아니라 성원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공이 없는 자에게 상을 남발하거나 칭찬하는 것 또한 전국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금 업무파악과 당면업무에 숨돌릴 여가조차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선거때의 도움을 빌미로 한시적인 논공행상요구와 일부 측근들의 오만이 취임 초부터 선출직 단체장은 한사람인데 주변에서 위세를 부리는 옥상옥의 측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직사회를 멍들게 하고 공직자들은 사기를 잃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끝으로 자치단체장을 만든 주역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목수는 집을 짓고 난 뒤 미련없이 그 집을 떠난다. 자신들이 선택한 지도자를 위하여 공을 세운 사람들의 가장 아름다운 대의명분은 미련없이 떠나는 목수처럼 보여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지리산생명연대공동대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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