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분할
황금분할
  • 김인수
  • 승인 2006.12.21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이블의 어디에 꽃병을 놓으면 가장 보기에 좋을까? 가운데? 가장자리? 한 가운데에 놓으면 약간 답답하고 경직되어 보이며,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변화가 지나치고 과장되게 보인다. 테이블을 바라봤을 때 대략 2/3 지점이 보기에 좋다. 즉, 황금분할을 의도적으로 반영하지 않더라도 1.618 대 1에 근접하는 값을 인간이 가장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황금분할에 대한 인간의 선호를 이용한 물건이나 건축물이 무수히 많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기원전에 세워진 이집트 피라미드가 그렇고,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부석사 무량수전의 평면에 1:1.618의 황금분할이 적용됐다.

 이밖에도 황금분할을 응용한 물건은 무수히 많다. 액자, 가구, 복사용지, 명함, 노트, 창문, 책, 십자가, 담배 갑, 신용카드, 사진 인화지, 바이올린의 몸체와 목간의 분할, TV 화면 등의 가로, 세로분할 등에 황금분할이 적용되었다. 특히 신용카드의 가로와 세로 길이는 각각 8.6 cm와 5.35 cm로 이 두 길이가 황금분할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음악 영역에서도 황금분할을 작곡에 활용한 예가 있다. 고전파의 소나타 형식이 황금분할의 비를 나타내고 있는 것 등이 그 예이다. 특히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인 바르토크(Bela Bartok, 1881~1945)의 '현악기와 타악기 및 첼리스트를 위한 음악'은 피보나치수열에 따라 음의 조성과 화성체계, 새로운 주제의 도입, 악기의 배치, 음색 변경 등의 시점을 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악곡의 클라이맥스를 황금분할 지점에 배치하고 한 마디 내에서의 리듬 결합에도 황금분할을 적용했다. 바르토크는 피보나치수열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음계를 세우고 갖가지 방법으로 피보나치수열을 음악에 반영시킴으로서 무차별적인 인공음악을 거부하고 토속적인 음악에 뿌리를 둔 새로운 음악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즉, 그가 음악을 자연으로부터 동떨어지지 않도록 사용한 방법 중 하나가 황금분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앞에서 설명한 황금분할을 어떻게 하면 농업에 활용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실로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식물의 가지가 뻗어 나가는 것도 피보나치수열을 따르므로 과수원의 가지치기에 이 황금분할을 적용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시장에서의 상품경쟁력이 기술이나 품질 못지않게 디자인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신세대를 겨냥한 상품의 경우 품질보다 오히려 디자인에 따라 고객 흡인력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을 정도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농업 디자인에 있어서도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감각적인 아름다움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황금분할의 중요한 가치가 있다 할 수 있다.

 자연과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의 조화를 생각하며 농장을 알리는 안내 간판, 상품을 묶는 끈의 위치, 상품을 싸는 포장지 하나에도 제품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소비자의 감각에 부합된 황금분할을 적용한 디자인을 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너무 정해진 황금분할에 맞추다 보면 자기의 느낌이라든지 기호를 잃기 쉽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 수 없다. 뭐든지 지나침은 부족함 만 못하다.

 인간 개개인의 행동양식에도 황금분할이 영향을 미치고, 인간들의 집단적인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선거나 주식시장에서도 황금분할의 법칙이 보이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사회현상에서 황금분할의 법칙이 적용되기에, 우리사회가 합리적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 더 나아가 농산물 수출과 수입에도 황금분할 법칙이 적용되길 간절히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