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음, 새정치, 새도약
새마음, 새정치, 새도약
  • 황석규
  • 승인 2006.12.28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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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눈뜸에/ 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 하소서/ 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 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득한 날에/ 예비하여 가꾸신/ 은총의 누리/ 다시금 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 젊디 젊은 심장으로/ 시대의 주인으로/ 사명의 주춧돌을 짐지게 하소서/ 첫 눈뜸에/ 진정한 친구를 알아보고/ 서로의 속사랑에/ 기름 부어 포옹하게 하여 주소서/ 김남조 시 ‘새해아침의 기도’병술년(丙戌年)을 넘기고 정해년(丁亥年) 새해 첫 아침을 열려는 인파로 도내 곳곳 해넘이.해맞이 명소가 메워 졌다. 올해는 특히나 600년에 만에 맞이하는 ‘황금돼지’해 라 하여 그 기대는 더욱 큰 듯 하다. 그러나 새로운 각오와 결심을 다지며 맞이하는 새해 이지만 실은 어제의 내일이 오늘일 뿐이다. 새해에 대한 기대는 첫걸음을 뗀다는 기대감 보다는 지나간 것들을 간추려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갖는게 아닐까 싶다.

 연말연시 정국은 내년 대권 고지를 향한 정치판 새판짜기와 거친 정치 파고로 격랑이 일고 있다. 겉 세상은 사랑과 평화를 기원하는 세밑의 아쉬움과 황금돼지 새해를 맞이하는 경기회복에 대한기대로 가득차 있지만, 속 세상은 2007년 대선을 향한 대권쟁취와 정권다툼, 그리고 정치권 이합집산 등으로 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우리의 불우한 이웃이나 서민경제, 그리고 예산국회는 대선 정국에 밀려 물밑에서 숨쉬기조차 어려운 형국이다. 특히 “고건 전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였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평통 발언을 둘러싼 청와대와 고 전 총리간 대립, 열린우리당내 `헤쳐모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간 주도권 다툼,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인 `빅 3’간 치열한 대선 경쟁, 노대통령의 전시작전권과 군 폄하 발언을 둘러싼 전직 군 수뇌부의 헌정 사상 초유의 통수권자에 사과 요구, 합의점 없이 끝난 베이징북핵 6자회담 등 국내외 정세는 황금돼지를 기대하는 국민의 마음을 더욱 어수선하게 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우리 사회의 가장 낙후된 분야를 들라 하면 대부분 정치분야를 거론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해방 이후 지겨우리만큼 잦은 정당 분열과 통합, 지역감정 선동, 정치지도자의 위약과 말 바꾸기, 정치인의 변절과 이합집산, 다수결 원칙과 법치주의 무시, 부정부패와 정치보복, 정·재계 간 밀착과 권언(權言)유착 등 우리 정치계의 지병은 열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모자랄 지경이다.

 작금의 정국은 정치병이라 고질병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난장판이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집권당 스스로 당을 허무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전직대통령 등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정치 전면에 다시 나서 지역감정에 불붙이며 차기대선에서 자기 몫을 챙기겠다고 야단법석이고, 현역에서 물러난 정계 원로들도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려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대선 유력 주자들은 줄 세우기와 세몰이에 여념이 없고, 반대 진영은 자력으로 국민지지를 얻을 생각은 하지 않고 상대방의 흠을 찾아 `네거티브 공세’로 판을 바꾸려 안간힘이다.

 우리 정치는 비록 민주화는 달성했지만 행태는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정치 무대의 배역과 세월만 다를 뿐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극은 구태의 복사판이다. 정치인이 바뀌지 않으면 이제는 국민이 각성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정당 분열과 지역감정을 일삼는 자.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 철새처럼 당을 바꾸는 자, 다수결 원칙과 법을 지키지 않은 자, 부패하고 부도덕한 자,정치 복선을 깐 뒤 말을 뒤집는 자, `네거티브’ 공세로 한 건하려는 자 등 소위 정치병의 불을 지피는 자들을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국민은 이들을 새겨 두었다가 다음선거 때 새 정치판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한국판 정치고질병을 전염시키는 자는 아예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 발을 부치지 못하도록해야 한다.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주의의 낡은 끈을 이번만큼은 과감히 끊어내야한다. 정치병을 고치지 않고는 정치 발전이 없고 정치 발전 없이는 우리의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하였다. 타임의 평론가인 레브 그로스먼은 “전세계 언론의 통제권을 누르고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의 기초와 틀을 세운 것은 물론 자신들의 놀이에 있어서만은 전문가들을 누르고 아무런 대가 없이 일한 당신이야말로 ‘올해의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당신(You)’들이 거의 전방위적으로 주인이 되어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이시대에 ‘당신(YOU)' 스스로가 철저히 소외시키는 분야가 바로 정치다.

 올해 대선, 내년 총선에 유권자는 모두 빠짐없이 투표에 나서 정치인들에게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정치가 정치인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주인인 '당신(YOU)'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떨쳐 일어나야 한다.

 2008년 2월 새 정권 출발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는 우리도 새 마음, 새 정치, 새 도약, 새나라를 향한 신 기원을 열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전북지방자치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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