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문화의 글로벌화 속도에 주목한다
결혼 문화의 글로벌화 속도에 주목한다
  • 장병수
  • 승인 2007.01.0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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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을 통해서 시골로 시집온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백인 여성에 자극받은 이웃집 할아버지가 38세의 손자 만택(정재영)을 위해 국제결혼을 주선한다. 할아버지의 계획에 따라서 농촌 총각인 만택과 그의 친구 희철(유준상)은 우즈베키스탄으로 신부감을 구하러 떠난다. 농촌계 작업맨으로 불리는 희철과 답답할 정도로 쑥맥인 만택이 결혼을 위해서 불안함과 설렘을 지니고 떠난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결혼 원정기를 다룬 황병국 감독의 2005년 작 ‘나의 결혼 원정기’의 내용이다. 이 영화는 바로 글로벌 시대의 국제결혼 문화의 일면을 이야기한다.

 세계화에 따른 개방화의 물결은 경제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연초 모방송국의 외국인 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몇 년 전만해도 외국인 노래자랑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직업은 대개 현장 노동자 중심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출연자들은 학원 강사, 노동자, 기업인 및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으로 시집을 온 여성들의 등장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는 글로벌 사회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결혼문화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즉 이미 우리 주변에는 많은 다문화 가정이 존재한다. 다문화 가정이란 한 가족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 요즘에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 가족,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이주남성 가족, 이주민가족(이주노동자, 유학생, 북한이탈주민 등)을 포함하여 그 범위를 확대하여 사용하고 있다.

 결혼 문화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다문화 가정도 그 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통적인 단일민족주의 교육 이념으로 무장되어 있기 때문에 다문화 가정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2006년 통계청이 실시 ‘다문화 가구원을 위해 가장 시급한 해결사항’을 묻는 질문에 가장 높은 응답으로 ‘편견을 없애는 분위기 조성’이 30.6%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사회적응 위한 한글교육’ 25.7%, ‘경제적 지원’ 19.9% 그리고 ‘직업훈련 및 취업알선’이 15.1%로 나타났다. 위와 같은 결과를 놓고 볼 때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선은 아직 다문화 가정의 확산 속도에 크게 못미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두 번째로 높은 반응을 보인 한글 교육에 대한 지원은 황감독의 ‘나의 결혼 원정기’의 명대사가 된 만택의 “자빠트려!”로 볼 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원래 만택이 말하는 “자빠트려!”는 우즈베키스탄어 “다 자쁘뜨러!”로 “다시 만나자!”라는 뜻이지만, 만택은 원초적인 생각을 하며 그 문장을 남발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 준다.

 영화에서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글로벌적인 접근은 근본적으로 금지되었던 때도 있었다. 1927년 영화제작배급자협회(Motion Picture Producers and Distributors of America, MPPDA)는 영화 제작을 제어할 수 있는 11개항의 금지사항과 26개의 주의 사항을 발표했다. 금지사항 중 “백인과 흑인의 성관계” 및 “강요에 의한 백인 매춘”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 당시 백인과 흑인간의 결혼은 더욱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가 등장했을 때만해도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 정책이 쏟아지는듯했다. 열린우리당은 ‘국제결혼 가정에 대한 차별금지법’을 추진했고, 한나라당은 ‘혼혈인 및 혼혈인 가족 지원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다문화 가정은 글로벌화 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중 18세 이하 청소년의 비율이 2006년 23.8%로 1965년 51.3%에 비해 무려 27.5%나 급감했다. 반면 농촌지역의 18세 이하 혼혈아동 비율은 현재 4.87%에서 2010년 12.69%, 2020년에는 52%로 높아진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추산으로 볼 때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변화와 지원 정책이 하루 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농촌 총각들의 결혼 비율 중에서 30%이상이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그에 따른 충분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영화평론가.원광대 유럽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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