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시설과 인권
노인시설과 인권
  • 김수원
  • 승인 2007.01.02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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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지.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아....”. 아무리 여쭤보아도 노인들의 답변은 한결같다. 이에 보란 듯이 시설장은 언성을 점점 높이고 있다. “갈 곳 없는 노인네들 데려다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면 됐지. 그럼 당신들이 이 일 해보든지. 국가에서 못하는 일 내가하고 있는데 조사는 무슨.”

  몇 달 전 시설장의 자부심과 자신감에 차있는 말투에도 불구하고 인천과 광주지역 일부 노인복지시설은 현재 폐쇄조치까지 논의되고 있다. 정원 과다 초과와 입소노인 방치 및 유기, 기부금 유용, 작업의 자발성 문제, 특정 종교 활동 강요, 기타 전반적 환경의 열악성 등 때문이다.

식사와 잠자리 제공이 복지시설 기능의 전부라고는 볼 수 없다. 물론 시설에 따라 운영 방식과 목적이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복지시설은 노인들의 인간다운 삶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이들의 재활을 위한 노력과 보호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460만명, 전체인구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 9.5%, 노인주거 및 의료복지시설 861개소. 2006년도 우리나라 노인관련 통계수치의 일부이다.

 최근 사회소수자 인권문제 중 심각한 인권현안으로 노인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너무나도 다양한 쟁점으로 인하여 노인시설과 이곳에서의 인권문제는 논의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 형편이다. 뒤늦게 정부에서 2008년도까지 270여개소의 노인요양시설을 신규 확충할 계획을 세운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곳 시설에서의 인권실태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려의 목소리 또한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설거주노인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이들은 가정과 같은 보호와 전문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설거주 노인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미미한 수준에 있다. 또한 노인복지시설은 상대적으로 인권보호의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특성상 구체적이고 개별적 진정 및 알림 사례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보호 기능 강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도 일반적인 노인문제의 쟁점이기도 한 경제적 어려움, 건강문제, 외로움과 소외감, 경로의식 약화 등이 이야기 되고 있기는 하지만 명확한 노인문제의 해결방안이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며 이들은 그나마 시설에 들어올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을 뿐이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적 가치이기에 노인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권리주체로서의 노인, 자기결정권의 확립, 노인의 잠재능력 존중과 이의 활용 등) 또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노인복지시설의 환경이 국내법령과 국제적인 노인인권기준에 부합하는지, 시설생활노인들이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존중받으면서 처우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여 노인인권보호와 증진, 노인인권존중의식 함양, 시설의 서비스 질 향상과 환경개선에 기여해야만 한다. 나도 곧 그들의 전철을 밟을 테니까 말이다.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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