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란 단어를 생각하지 말자
‘장애인’이란 단어를 생각하지 말자
  • 정재근
  • 승인 2007.01.05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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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공중파 방송에서 ‘야생소년’편이 방송돼 장애아를 키우는 가정의 가슴 아픈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

 이 ‘야생소년’에서는 발달장애 1급의 16세 소년이 7개월간 쓰레기 같은 폐가에 엄동설한 알몸으로 갇혀 지낸 사연이다. 그의 아버지는 매일 폐가에 와 음식물을 넣어주고 옷도 입으라고 주지만 소년의 공격적 성향을 두려워하며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하고 짐승 같은 모습의 소년은 괴성을 지르며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한마디로 처참하고 참혹한 상황이었다.

 부모는 아이가 공격적이어서 어쩔 수 없이 가둬서 키울 수 없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아이가 정상적이진 않았지만 한때 일반버스를 타고 특수학교를 스스로 통학할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몇해전부터 동네 주민들의 원성으로 할아버지의 집으로 보내졌고 할아버지마저 쓰러져 양육과 생계 모두 아버지 홀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때 이랬던 아이가 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또 있다. 익산에서는 거동이 불편해 집안에서만 머무는 정신지체 장애 2급의 30대 재가장애인이 집안에 불이 났으나 미처 대피하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재산피해액도 불과 15만원으로 경미했으나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이들 안타까운 사연 모두는 ‘장애인’이란 이유에서 출발한다.

 우리네 사회 현실은 장애인이라 밖에 나오면 안 되고 나오더라도 ‘사람’취급을 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장애인 보호시설 대다수는 지역에서 냉대받아 교통시설이 좋은 시내 한복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산속으로, 오지로 도심권 밖으로 쫓겨난 처지다.

 특히 지체장애인보다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 더 더욱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고 지역사회에서 냉대 받아 오고 있다. 아예 옆에 오는 것조차도 꺼린다. 물론 누구나 다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보살핌이 필요한 우리의 이웃임에도 마음속으로 가까이 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일반 사람들은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언젠가 ‘나’ 자신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쉬운 얘기로 교통사고만 당해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빗어 만든 걸작품이기에 백인이나 유색인종이나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우열을 가린다면 그게 바로 장애인이다.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보는 사람들이 진짜 장애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등록장애인은 9만8천917명이며 이중 홀로 거동이 불편한 1, 2급 중증장애인은 모두 2만6천941명에 이르고 있다. 등록되지 않은 재가 중증환자까지 포함하면 수십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신체의 장애가 있기 때문에 장애인은 교통과 문화, 시설 등의 사회적 혜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정신지체 장애학생과 정상학생간 공동수업을 실시, 보이지 않았지만 장애의 벽을 허물어 좋은 효과를 얻기도 했다.

 아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란 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장애인’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빼 낸다면 어떻게 될까.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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