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성장 동력 찾기 - 콜센터
전북의 성장 동력 찾기 - 콜센터
  • 김진
  • 승인 2007.01.08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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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용무를 해결했는데, 실상 통화가 이루어진 곳은 중국이었다. 상담원 역시 한국어에 능통한 현지인 이거나 조선족인 것이다. 미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일과시간이 지난 이후 기업의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인도에 근무하는 25만여 명의 현지인들이 능숙한 영어와 정확한 억양으로 업무를 해결해 준다.

 전화나 인터넷 상담을 위한 통신비용이 줄어든 데다, 현지의 인건비가 자국에 비해 10~40%수준이어서 비용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글로벌기업들의 콜센터가 중국이나 인도로 이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비용절감을 위한 콜센터의 이전은 국제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2일 광주광역시에서는 삼성화재 콜센터가 문을 열었다. 삼성화재는 서울에 300명, 인천에 110명, 그리고 이번에 개장한 광주에 100명을 합쳐 510명 규모의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내년까지 광주에서 수백 명을 더 채용하여 사내에서 가장 큰 규모인 360석 정도의 콜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뿐이 아니다. 작년 한해에만 광주에는 대한화재와 동양화재 등 8개사가 진출하여 774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2003년 이후 불과 3~4년 만에 보험, 통신, 카드사 등 25개 기업의 콜센터를 유치하여 5.122명의 청년실업을 해소했다. 수도권에 몰려있던 콜센터가 건물임대료가 싸고 고학력의 인재풀이 충분한 지방으로의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에서는 이러한 추세를 앞서 파악하고 조례개정을 통한 각종 지원을 강화하여 오늘의 이러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유치를 위하여 시청 인근에 2010년 준공 목표로 1천800석에 2천명을 동시수용이 가능한 콜센터 전용 빌딩을 건립하고 있으며, 3~4년 후에는 고용 인력을 현재의 두 배인 일만 명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하니 그저 부럽고도 부러울 뿐이다.

 콜센터 유치는 지역의 정보통신분야의 발전을 앞당길 뿐 아니라 지방대학의 활로도 열수 있다. 현재 광주에서는 각 대학마다 필요인력을 배출하기 위하여 ‘콜레마케팅학과’ ‘콜마케팅과’ 등 여러 형태의 학과를 신설하여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전남대에는 2003년부터 ‘한국콜센터산업정보연구소’가 설립되어 市의 지원을 받으며 경영컨설팅을 돕고 있다. 산학협력과 자치단체의 지원이 딱 맞아 떨어진 성공적인 기업유치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지켜보면서 전북의 현실에 비춰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전북은 광주보다 건물임대료가 더 저렴할 뿐 아니라 청년실업률도 높아 인재풀도 충분하다. 또한 전북권의 지방대학들도 얼마든지 필요한 과정들을 수용할 수 있다. 더욱이 입지적 요건을 보더라도 광주는 광주?전남지역의 중심이지만, 전주는 호남권 전체와 충남과 대전지역까지도 광역화하여 커버할 수 있으며, 행정수도와도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으니 여러모로 광주에 뒤질 이유가 없다. 비록 광주가 시기적으로 몇 발 앞서긴 했지만 이러한 요건들을 체계적으로 다듬어서 노력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 그 이유는 2001년 1천500곳 18만여 명에 불과하던 국내 콜센터시장이 2006년에는 3천100곳 37만여 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안으로 40만 명을 넘어설 시장규모에 비춰 볼 때 광주로 간 기업들의 숫자는 극히 미미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지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북으로 이전해 오면 이것도 해준다, 저것도 해준다.’며 애걸했지만 내놓을만한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어렵게 유치해 온 현대자동차마저도 지역경제를 외면하고 있다. 또한 이제껏 전북에서 성장해 온 향토기업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 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전북도의 기업유치 전략에 새로운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희대 무역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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