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 황선철
  • 승인 2007.01.09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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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니 자치단체나 정부, 각종 기업과 기관 등에서 인사발표를 하고 있다. 올 한해의 계획을 혁신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현 참여정부는 출범직후부터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 등 갖가지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는 비판도 가해지고 있다. 지난 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몇몇 자치단체에서도 선거참모를 단체장 측근으로 임용하여 시끄럽기도 하였다.

 권위주의 정부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심지어 문민정부, 국민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성공적 인사로 국민들의 칭송을 받는 사례가 얼마나 있는 가 의문을 갖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아랫사람을 잘못 부리고 성공한 지도자는 거의 없고, 마찬가지로 아랫사람을 잘 쓰고 실패한 지도자도 거의 없다. 인사는 지도자에게 보약이 될 수도 있고,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조선 시대 세종대왕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라고 하는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농사직설’과 같은 실용서를 편찬했고, ‘혼천의’ 같은 천체 관측 기구를 만들었으며 조선의 영토를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까지 확장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이다. 그런데 세종의 북방 개척은 서로 상반된 두 사람을 등용해 이루어졌다. 압록강 유역의 사군(四郡)을 개척하기 위해 선택한 인물은 어린 시절에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마저 국경 수비에 나가 있어 천민인 양수척(揚水尺)의 손에서 길러진 무관 최윤덕이었다. 두만강 유역의 육진(六鎭)을 개척한 인물은 체구가 자그마한 문관 함길도 관찰사 김종서였다. 훗날 세종은 김종서를 북방 개척의 적임자로 선택한 이유를 “김종서는 옛일을 상고하는 힘과 일을 처리하는 재주가 있으며, 일찍이 내 측근에 있었기 때문에 내 뜻을 자세히 알아서 중대한 임무를 맡길 만하기에 도관찰사로 삼았다가 도절제사로 옮겼다”고 말한 것이 세종실록에 적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북방한계로 여겨지는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의 개척은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반된 성향의 두 사람이 이룩한 것이다. 이는 세종 대왕이 인재 등용에 있어서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을 선택하는 치밀한 인재등용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 후기 개혁 군주로 알려진 정조(1776년 즉위)는 재임초기 노론 강경파가 장악한 현실을 감안하여 노론 중도파를 등용하였으며, 재위 12년에는 남인 채제공을 우의정으로 발탁하였고, 신진세력이자 소수파인 정약용 같은 인물을 관료에 임명하였다. 당시 정조와 채제공은 당시 보수적 기득권층인 노론에 맞서 혁신적인 개혁을 하였다. 노론과 결탁한 소수 대상인들이 소상인과 소상품 생산자들의 상품 판매를 막던 금난전권(禁難廛權)이란 폐쇄적인 특권을 대부분 폐지하는 신해통공(辛亥通共)을 단행하였다. 이는 조선의 경제 발전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한 정책이었다.

 조선 세종대왕과 같이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가지고,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민족의 웅비를 실천하기 위하여 우수한 적임자를 뽑는 용인술은 지도자의 필요 덕목이라 할 것이다. 정조대왕 역시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문화발전뿐만 아니라 각종 개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게 된 것은 평생 동안 개혁과 다른 길을 걸었던 사람들에게 개혁 추진을 맡기지 않고 개혁을 역사관으로 가진 인물을 등용했던 것이 효과를 극대화 한 것이다.

 올 한해는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새 시대 새로운 세력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것이 예상된다. 벌써 유력 후보자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서 우수한 인재들을 측근에 배치하고 있다. 대선 후보자들이 누구를 중요한 참모나 자문위원으로 두고 있는지 관심 있게 볼 것이다. 대선 후보자의 배후에서 누가 뛰고 있는지를 알면 차기 정부 정책 방향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가 있다.

 지도자는 인재 등용이 독약이 되지 않고, 보약이 될 수 있도록 혜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실패한 인사는 국민에게 뼈저린 아픔을 가져다준다. 지도자가 인재 선발을 위해 꾸준한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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