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
  • 박규선
  • 승인 2007.01.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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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 해라고 새해 벽두부터 난리다. 지난해는 쌍춘년이라고 결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더니 올해는 출산 붐이라고 떠들고 있다. 어떤 신혼부부에게 ‘올해는 예쁜 아이 보셔야지요?’했더니, 대뜸 ‘올해 태어나는 아이가 많으면 우리 아이가 대학 갈 때쯤이면 얼마나 입시 지옥에 시달리게요.’ 라고 했단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를 두고 벌써부터 대학 입시까지 걱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얼마전 유명한 TV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에게 “학교는 ○○이다.” 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감옥’라고 대답하는 걸 보았다. 물론 ‘지성의 요람’이니, ‘작은 사회’라는 대답도 있었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학교에 대한 이미지는 ‘감옥’이 압도적이었다. 참으로 가슴이 멍해지고 답답함이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입시 지옥’, ‘감옥 같은 학교’……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과거에 학생들에게도 분명 이런 말들은 존재했었다. 또 굳이 앞의 신혼부부 이야기를 들추지 않아도 미래에도 그다지 교육현실이 크게 변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팽팽하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세계 유수의 국가와 나란히 어깨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열이 뒷받침 되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즘은 단순한 ‘교육열’을 뛰어 넘어 교육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 아닌가 싶다.

 교육비 지출액을 보면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압도하고 있다. 이에 따른 역기능으로 ‘기러기 가족’,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를 나타났으며, 더 나아가 조기 유학생들의 탈선, 가족 해체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어찌 보면 ‘학력과 학벌’이 신분 상승의 수단이라는 것은 학교가 만들어 낸 환상인지도 모른다. 서울대 발표에 따르면 입학생의 과반수이상 부모의 직업이 전문직에 종사자라고 한다. 부모의 사회 경제적인 지위가 자식에게 세습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헌법 31조의 ‘공정한 경쟁’은 그냥 법조항인지 모른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의 장래 직업 희망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예전 같으면 ‘대통령, 장군, 판사, 검사, 과학자, 의사, 교사, 간호사 …’ 등 희망 직업이 굉장히 추상적이었지만 정의를 추구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직업군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대통령이나 장군, 과학자는 찾아보기 힘들고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교사 등 안정적이고 현실적이며 구체적이다. 이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로 자신의 능력을 한정시켜버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선 정책의 방향이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빈부의 격차가 날로 심각해지는 요즘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 환경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해야 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진로지도를 활성화하여 학생 각각의 적성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 진학만이 진로지도가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관과 적합한 직업을 연관시켜 안내하는 섬세한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교육의 활성화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공교육은 사회를 유지하고 이끌고 나가는 버팀목이다.

 그렇게 공교육이 활성화 될 때 교육수요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되고, 그렇게 되면 교사들의 권위도 높아지게 되고, 아울러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공교육의 활성화는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내 교육기회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교원들의 권위를 회복시키며, 사교육비 절감은 물론, 올바른 가치관 형성 등에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도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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