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확산되는 ‘비관문화’
대학가에 확산되는 ‘비관문화’
  • 한성천
  • 승인 2007.01.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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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음과 열정이 상징인 대학가에 ‘비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대학이 어두워지고 있다.

 비관문화가 가장 활발하게 표출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화장실 벽면. 예전의 대학 화장실 벽면은 Y담과 음담패설, 혹은 야화 등이 단골메뉴였다. 그러나 청년실업에 마음과 몸이 지친 요즘 대학생과 취업재수생들은 히스테리성 환자로 전락하고 있다.

 ‘탈출하고 싶다. 6년째인 이 지긋지긋한 도서관을, 후배들을 보기도 미안하다’

 ‘아! 슬프다. 현실은 성실한 자를 믿지 않는다. 위선이 정의를 좀먹고 있다’

 ‘나도 빨리 결혼해 아이를 줄줄이 낳고 싶다. 그러나 백수인 나에게 누가 시집올까’

 ‘아십니까. 우리 인생은 수능 점수와 계급으로 이미 결정되고 있다는 현실을’

 ‘8년의 대학생활과 20여 년의 학창시절은 끝나고 이제 나도 선배들처럼 백수의 길로 들어서는구나’

 한 대학 화장실 벽면에 빼곡히 새겨진 글귀들 중 일부다. 이 중에는 장난삼아 쓴 글도 있을게다. 하지만 작금의 대학생과 취업재수생들의 답답한 심경을 읽기에 충분하다.

 청년실업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밖으로 표출하지 못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다. 한 평도 안되는 비좁고 냄새나는 공간속. 그 곳에 앉아 신세 한탄하며 끄적거린 낙서들. 아마도 피 토하는 심경으로 적었을 것이다. 게중에는 울음을 삼키며 쓴 젊은이도 있을 게다. 마음이 아프다.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의 열정을 울분으로 변질시킨 현실을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진다. 미지세계를 개척하겠다는 자신감과 투지로 도전정신을 발현해야 할 후배들. 그들이 비좁은 화장실에 앉아 비관하는 모습들이 하루 빨리 사라지길 애써 갈망해본다. 

  학문(學問)이란, 지식을 배우고 익힌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취업전쟁에 참전을 목전에 두거나 이미 패(敗)한 이들에겐 말이다. 이들에게 있어 학문은 고득점을 얻기 위한 방법이자 취업수단에 불과하다. 경쟁사회가 학문의 본질까지 변질시키고 말았다.

 각설하고, 우리 모두 차가운 가슴으로 현실을 생각해보자. 무조건 비관하기 보다는 원인규명과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자문자답(自問自答)의 과정을 주문하고 싶다. 그리고 정보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더욱 배가하고 눈높이를 현실에 맞출 필요가 있다. 대학들도 취업률을 대학경쟁력 제고의 한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전북소재 각 대학들도 생존전략 차원에서 취업률 제고에 올인하고 있다. 각 대학의 신입생 유치를 홍보전략에 취업률을 고시하고 있다. 총장과 학장들이 앞장서고 있다. 심지어 총동창회까지 나서 후배들의 취업을 돕고 나섰다.

 한 대학 관계자는 “요즘 학생 화장실 벽면이 취업과 관련한 글들이 예전에 비해 부쩍 많아지고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적시한 낙서를 보노라면 대학가에 낭만이 사라진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며 “요즘 가장 큰 행복은 취업한 제자가 찾아와 인사할 때”라고 말했다.

 대학교수들이 제자들의 취업에서 행복과 보람을 찾고 있는게 현실이다. 학문에 정진하는 제자의 모습에 보람을 찾기보다는 취업한 제자수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실. 우리 대학이 국가미래를 밝히고, 젊음과 열정이 폭발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제기능을 회복하길 기대해본다.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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