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러셀’ 합시다
우리 함께 ‘러셀’ 합시다
  • 이경옥
  • 승인 2007.01.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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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 나라에는 ‘러셀(Russell)’이라는 이름의 유명인사들이 몇몇 있다. 그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은 195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회사상가인 ‘버트란드 러셀’일 것이다.

 그런데 산악인들은 다른 의미에서 ‘러셀’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눈 쌓인 산에 오를 때, 선두에서 눈길을 다져줌으로써 뒤에 오는 사람들이 편하게 오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을 ‘러셀’이라고 한다. 캐나다 산골에 살던 ‘러셀’이라는 사람이 겨울철 마을을 고립시키는 많은 눈을 치우기 위해 제설차(러셀카)를 고안해낸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같은 협력과 상생은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기러기나 철새들은 하늘을 날 때 V자를 거꾸로 한 형태를 띤다. 그 이유는 홀로 날 때보다 효율이 70% 가량 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맨 앞에서 ‘향도 기러기’가 바람을 일으키면 그 부상력으로 뒤에 오는 기러기들은 수월하게 날 수 있는 것이다.

 한 조직 내지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러셀의 지혜를 발휘하고 기러기들처럼 서로 단합하여야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하늘 높이 그리고 멀리 날 수 있다.

 최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등 리더십에 관한 여러 베스트셀러를 쓴 ‘켄 블랜차드’의 ‘행복주식회사’라는 책을 읽으면서 ‘러셀’의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하면 우리 전북도 ‘행복주식회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행복주식회사 전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로 ‘애향 친화지수’를 높여야겠다. 도내에 거주하는 도민 뿐 아니라 서울 등 국내와 세계 곳곳에는 전북이 고향인 분들이 많다. 이 분들이 고향 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전북의 발전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 발전을 이루는 단초가 될 것이다.

 한 예로,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5년마다 ‘세계 우치난츄 대회’를 개최한다(‘우치난츄’란 오키나와 방언으로 ‘오키나와인’이라는 뜻). 전 세계 오키나와 사람들을 불러들여 오키나와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오키나와 발전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 인구는 55만명에 불과하지만 국내외에 흩어진 제주출신들까지 포함하여 ‘백만 제주인’이라는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화합과 단결은 물론 외부에 살고 있는 제주인들이 고향발전에 기여하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둘째, 전북이 행복주식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도민협력 통합지수’가 제고되어야 한다.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책을 통해 인간 두뇌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면서 △제1막 산업화 시대에는 육체적 힘이, △제2막 정보화 시대는 왼쪽 뇌가 발달한 지식과 정보가, △제3막 하이컨셉 시대에는 오른쪽 뇌의 능력이 발달해 창의력은 물론 다른 사람의 감성적인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이 시대의 주인공이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산업화·정보화 시대에는 일방통행식 행정이 효율적이었으나, 하이컨셉 시대에는 감성적인 공감을 통한 지역발전, 즉 쌍방향적이며 상호교환적인 행정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행정과 민간이 협력하는 소위 ‘거버넌스’가 필요한 것이다. 민간은 비판적 감시자라는 기존의 소극적 역할을 넘어 직능별 전문집단으로서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하며, 행정은 도민들의 머리와 가슴을 빌림으로써 서로 윈-윈(win-win)하는 민관협력체계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행복주식회사 전북을 위해서는 ‘도민 공감확산 지수’를 높여야 한다. 지역의 갈등문제를 보면 대개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나,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의식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다면, 다중적인 선택과 혼합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정책은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도민 모두를 기쁘게 하고, 이는 열정의 바이러스가 되어 퍼져나갈 것이다.

 한편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도민 맞춤형 프로젝트가 개발되어야 하고, 이러한 프로젝트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자생적이고 창의적인 선도그룹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행복주식회사 전북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하고, 성과를 선점할 수 있는 ‘변화적응 지수’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사슴은 사자보다 더 빨라야 잡아먹히지 않고, 사자는 사슴보다 더 빨라야 굶어죽지 않는다”는 아프리카의 격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만이 행복주식회사 전북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애향 친화지수, 공감 확산지수, 협력 통합지수, 변화 적응지수를 높여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함께 ‘러셀’ 합시다.

<제주4.3사건처리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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