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사람의 이익과 10사람의 손해
100사람의 이익과 10사람의 손해
  • 채수찬
  • 승인 2007.01.18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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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동민심사랑방’을 20여 차례 열었다. 내 지역구 사무실 이름이 민심사랑방인데, 동네마다 찾아가면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호성동을 시작으로 인후동, 송천동, 진북동, 덕진동 등 덕진구에 있는 모든 동을 다 돌았다.

“제 자식 취직 좀 시켜주세요”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사람들을 만난다. 취업부탁을 하는 어머니, 도로개설 때문에 피해를 입은 주민, 정치권을 질타하는 어르신 등등. 칭찬을 듣기도 하지만 질책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새만금이나 김제공항들이 왜 제대로 되지 않느냐며 전북의 낙후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많다. 다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이다.

특히 필자에게 인상적인 부분은 취업을 부탁한 어머니의 간절한 하소연이었다. “내 자식 좀 취직시켜 주세요”라는 호소의 목소리에 나도 목이 매여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 어머니의 목소리가 여전히 귀에 쟁쟁하다. 그래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찾아가 노조위원장도 만나고 공장장도 만나 그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며 “파업이 원만히 해결되면 7백명의 자식딸들이 취직할 수 있으니,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길거리에서 춤이라도 출 테니 원만하게 사태를 해결해 달라”라고 하소연 했다. 그 후 노사가 잠정 타협점을 찾아 정상화의 길을 찾아간다고 하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룸 · 하숙업 관계자들의 하소연

이동민심사랑방에는 민원인들이 단골 손님이다. 대부분 민원은 양면성을 갖는다. 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입는다. 전북대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대학측과 이웃 주민들과의 갈등이 그것이다.

금암동과 덕진동에서 민심사랑방을 열었을 때 수십여명의 금암 덕진의 원룸 ? 하숙업 종사자들이 찾아 왔다. 이분들은 “금암 ? 덕진동에 400여개의 원룸, 하숙집이 있는데 전북대가 최근 기숙사를 신축하려는 바람에 우리들이 모두 망하게 생겼으니, 학교측의 기숙사 규모를 줄여달라”는 것이다.

참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은 보다 좋은 대학이 되기 위해 기숙사를 지어야 할 것이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던 원룸, 하숙업 관계자들은 졸지에 수요자를 뺏길 판이다. 솔로몬인들 뾰족한 수가 있을까.

대부분 민원은 100을 얻고자 하는 공익사업에서 손해를 입게 된 10명의 하소연에서 비롯된다. 과거 군사정권에서는 그런 민원인들의 요구는 군화발로 짓밟혔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민원을 접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자세가 달라졌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설치돼 통합민원봉사 서비스를 펼치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민원인은 왕대접을 받는다. 필자의 경우도 별도의 민원비서를 두고 민원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있다.

이익을 나누는 법칙을 통해 복지경제시스템 구축돼야

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100을 얻기 위한 사업이라면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10의 손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100의 이익이 생긴다면 10의 손해를 보는 이들에게 적어도 20정도의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한다. 그래도 우리사회는 80의 이익을 얻는다.”

우리 사회가 많은 갈등을 안고 있는데 백십법칙(100의 이익에서 10을 손해본 사람들에게 그 이상을 돌려주는 것)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새만금, 방폐장등 갈등의 후유증으로 입은 사회적 손실이 얼마인가.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공익을 추구하는 사업으로 손해를 입은 많은 민원인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 질 때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평등해 질 수 있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보장될 수 있다.

공공의 사업으로 피해를 입은 민원인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선진한국, 복지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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