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대승적 결단을
현대차의 대승적 결단을
  • 이보원
  • 승인 2007.01.19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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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현대차를 구입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불만이다.

차를 구입한지 한 달도 안돼 핸들을 돌릴 때마다 뚝뚝 소음이 나더란다.

다른 부위도 아니고 핸들에서 나는 소음인지라 불안해서 바로 차판사람에게 연락했더니 서비스센터에 예약을 해놓을 테니 가서 AS를 받으라고 했다. 예약된 날에 서비스센터를 찾았더니 핸들 아래쪽에 이상이 있다며 통째로 부품을 갈아주더란다. 지인이 산 차의 결함은 여기서 그치질 않았다. 이번엔 전조등 한쪽에 결로현상이 생겼다. 새차의 거듭되는 결함에 부아가 치밀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없어지려나 했지만 그대로여서 또다시 서비스센터를 찾아 AS를 의뢰했다. 오전 10시쯤 서비스센터를 찾았는데 부품이 없다며 먼곳에서 부품이 와야하는데 2∼3시간이 걸리니 오후 2시 이후에 다시 오라는 얘기를 듣고 열불이 나더란다.

 아니 구멍가게도 아니고 세계 굴지의 자동차회사 서비스센터가 부품도 제대로 갖추어 놓지 않고 고객을 헛걸음질하게 하고 하루 일정을 망칠 수 있단 말인가. 처음에는 열불이 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부아가 가라앉자 이번엔 회사가 걱정되더란다. “저러다 저회사 어떻게 되는 거 아냐?” 국가경제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현대차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는 얘기다. 완성차의 결함 때문에 수십만원대의 부품을 AS해주기에 이른것 아니냐며 오히려 회사를 걱정했다. 그는 차의 결함이 해마다 되풀이 되는 현대차의 노사분규와 연관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나름대로 분석까지 곁들였다.

성과금 지급을 둘러싼 노사간 마찰로 현대차가 또 한차례 파업의 진통을 겪었다.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는 현대차의 노사분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고액연봉을 받는 현대차 직원들을 외부사람들은 귀족노동자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현대차 직원들의 봉급통장을 직접 보지 못해 그 수준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현대차 직원들과 전주지역 모 대학 교수들을 동시에 거래한 금융기관 관계자의 입을 빌리면 현대차 직원들의 봉급수준은 정교수를 제외한 이대학 교수들의 월급보다 훨씬 많더라며 파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글로벌경쟁시대 초일류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제는 변해야 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현대차 전주공장도 이번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조업에 차질을 빚었다. 전주공장의 당면현안인 주야간 2교대 근무제 협상도 그동안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일단 노사간 협상 타결로 전주공장의 주야간 근무제 협상도 재개되겠지만 야간근무에 따른 노동환경의 악화와 향후 생산량 감축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로 협상이 난항을 겪은 점을 감안할 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주야간 근무제 협상을 둘러싼 마찰이 밖에서는 배부른 소리로 오해를 받지 않을까우려된다.

 지금을 흔히 상생의 시대라고 한다. 생산을 못해 수출차 선적을 못하고 치열한 취업관문을 돌파하고도 수백명의 직원들이 출근을 못하는가하면 생산라인과 인력을 확충한 협력업체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신음소리를 토해 내고 있는, 현대차를 둘러싼 주변의 가슴아픈 현실은 상생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현대차 노사의 깊은 고뇌와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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