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범죄 방조하는 정부당국
학생범죄 방조하는 정부당국
  • 장세진
  • 승인 2007.01.23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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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스산한 겨울인데, 최근 학생범죄 뉴스는 우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든다. 10대 소녀가 또래 친구들의 집단 폭행을 피하려고 3층 아파트에서 투신해 보행불능의 영구 장애자가 될 처지에 놓였는가 하면 여중생들의 폭행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된 것.

우선 피해자 투신사건의 경우 10대 가해자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는데 왜 졸업했다고 거짓말을 하냐”며 집단 폭행했다. 동영상 사건의 경우는 더 기가 막히다. “그냥 재미삼아”라거나 “다른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집단 폭행 후 그 장면들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면구스럽기 그지 없는 일이나, “학교에서의 예방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그런 예방교육을 할 인력이나 시설이 아예 없는데, 왜 학교 탓만 하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학교는 정규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마저 감축되어 나가는 판이다.

일례로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선 2007학년도부터 2명이 감축된다. 여러번 회의 끝에 그중 1명은 정년퇴직하는 도덕과로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도덕교사 후임자는 오지 않는다. 대신 그 도덕을 국어?수학?일본어?사회 교사들이 각각 3~6시간씩 나누어 수업을 맡게 될 예정이다.

10대 학생들의 범죄사건만 터지면 언론 등 사회일각에선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전인교육 운운하며 교사들을 몰아 세우지만, 그나마 있는 도덕교사마저 짤려 나가는 것이 실제 상황이다. 도덕 및 상담교사를 더 충원하여 인성교육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전공 교사(이를 상치교사라고 한다.)들이 시간을 메꿔 나가는 것이 오늘 우리 학교의 실상인 것이다.

그런 상황의 주범은 교육당국의 ‘숫자놀음’이다. 개별 학교의 열악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정원조정의 숫자만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면 끝이다. 하긴 교육부만 탓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숫자 놀음을 즐기는건 행자부와 기획예산처가 교육부보다 한 수 위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방과후 학교성과보고회’에서 “우리 교육이 매일 신문에서 보는 것처럼 엉망은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대통령의 공교육에 대한 인식이 그 모양이니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은 남의 나라 일일 뿐이고, 10대 학생들 범죄는 날로 어른들 뺨쳐 가는게 아닐까?

앞에 이야기한 범죄에는 10대들에게 죄책감이 도통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백지 상태인 학생들의 가치관에 큰 오류 또는 혼란이 생긴 것임을 직방 알 수 있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가치관 교육을 일정부분 담당하는 도덕교과의 정규 교사마저 ‘짤리는’ 판인데, 무슨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하긴 학교에서조차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고교를 막론하고 교내시험때 2명의 교사가 감독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범죄학생은 개별적으로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되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선 안된다. 학생범죄가 최소화되도록 하는 여건 등 인프라 구축은 어른들 책임이고 국가의 몫이다.

참으로 의아스러운 것은 교사감축 등 교육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는데도 3000억불 수출이니 2만달러 국민소득이니 하며 떠들어대는 대한민국의 선진국적 위상이다.

교사감축은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소위 상치교사가 자신의 전공아닌 타교과를 수업하며 시간을 때운건 20여 년 전에나 있었던 추억이 되어야 한다.

<문학평론가·전주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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