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와 교육혁명
정보시대와 교육혁명
  • 황석규
  • 승인 2007.01.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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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학생들의 실력이 천차만별이어서 교사들은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고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자고 있다. 장면 2. 연간 2만여명이 넘는 초·중·고교생들이 교육 때문에 한국을 탈출하기 위하여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줄 서 있다. 이는 영어열풍,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우리의 교육현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북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는 어디일까? 서울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는 어디일까? 이 두 질문에 대답은 글쎄요이지만 맨 앞의 두 전북과 서울이라는 말 대신 전국으로 바꾸면 그 답으로 민족사관학교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철저한 토론식 수업, 능력별 이동수업, 영어수업, 교과외 활동 강화라는 수업방식을 도입하고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하며 석박사급의 교사들을 채용하여 우리나라 교육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런 민사고의 교육실험은 대성공이었고 졸업생들은 국내대학은 물론 세계일류대학에 진학하여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국내 최고의 고등학교로서 심지어는 서울대에 입학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명문이 되었다.

 이제 기업이 학교가 배출하는 인력을 군말없이 받아쓰던 시대는 지나갔다. 기업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특정분야의 인재를 스스로 키워내려 한다. 이에 대하여 로버트 라이시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세계화란 명제를 탁월하게 풀어낸 책으로 평가받는 국가의 일에서 초일류 기업들은 이미 국적이 없으며 국가는 교육으로 국민이 그런 기업에 속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받쳐주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즉, 인재제일주의야말로 21세기 국가발전전략이요 사회발전전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발맞추어 세계는 지금 교육혁명 중이다.

 심지어 우리보다 규제가 많다고 하는 일본에서조차 기업들이 공교육분야에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도요타가 필요인재의 수급을 위하여 일본이 아닌 미국 시카고대에 약 1300억원(1억달러)을 투자하여 대학원과정을 개설하고 평준화교육으로 인한 실력저하가 가시화되자 일본당국은 교육관련법을 개정하여 기업들의 학교운영에 대한 경영참여의 길을 열어놓았다.

 또한, 대학교육까지 전액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스웨덴은 평준화 정책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자 학교선택권이 도입되면서 주식회사형 사립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스웨덴에의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수업시간표를 짜고 필요에 따라 일대일 수업을 진행한다. 많은 학생들을 유치해야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립학교들은 차별화된 교육방법으로 학생들을 끌어들여 교육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명문대 입학자의 대부분이 특정지역과 특정학교에 집중되어 있으나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북 학생들의 실력은 전국 어디보다 뒤떨어지지 않았으며 명문대 진학률도 매우 좋았다. 이는 아이들이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수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과 교사들이다. 교사의 경쟁력은 우수인재를 키우는 힘이며 참 스승으로서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초등학교는 공교육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손으로 직접 실습하는 손끝공부와 자신감 수업 등을 통하여 전교생의 절반이상이 타지에서 전학 올 정도로 입소문이 났고 전국교육대학교의 연구사례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독일, 덴마크, 호주 등에서도 시찰을 올 정도로 유명해졌다.

 능력별 수업은 우열반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도입이 쉽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시행전에 학부모를 설득하고 진행상황을 수시로 전달하며 학부모들의 참관수업을 병행하여 능력별 수업이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똑 같은 수업시간에 못하는 학생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실력향상이 이루어지면 언제든지 이동이 가능하고 반을 나눌 때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어 거부감을 최소화시킨다. 그리고 무학년제는 학생들의 지적수준과 학업능력에 따라 수업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유치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유치 또한 중요하다. 전북의 발전 토대는 뛰어난 인재풀이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마련되었다 할 것이다. 뒤떨어진 교육으로는 행복한 개인을 키울 수 없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사회에 대한 투자이다. 중요한 변화는 사람들의 마음이 점진적으로 변화할 때 조금씩 일어난다. 아이가 미래의 주체가 되도록 생각하는 힘과 협력하는 인성을 키워 미래를 대비하자.

<전주시 생활체조 연합회 회장·전북 지방자치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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