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주체
평화의 주체
  • 이승헌
  • 승인 2007.02.12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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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겨울,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겨울이라면 눈이 오고 추워야 하는데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눈이 오지 않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환경이 그만큼 파괴된 탓이며 이에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더 이상 정부나 기업, 전문가, 환경운동가가 지구 환경을 보호해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개개인이 파괴되는 자연 환경을 복구해야 하고 지구 환경을 보호해 할 주체임을 자각해야 한다.

 평화운동가로 25여 년 간 일해 오면서 평화도 그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람들은 평화를 원하지만 정작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평화는 대중들의 무관심 속에서 오염되고 남용되고 유린당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평화가 실현된 적은 거의 없었다.

 평화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평화를 도구로 삼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해온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평화는 추상화되고 관념화되었으며 우리의 삶으로부터 유리되었다. 우리는 점차 평화를 ‘전문가’의 일로 여기게 되었고 평화에 대한 우리의 당연한 권리와 책임을 스스로 포기하였다.

 평화의 주체는 누구인가? 누가 평화를 실현해야 하는가? 평화에 대해 생각하거나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고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평화는 누구로부터 배우거나 받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발견하여 나의 삶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다.

 평화에는 전문가가 따로 없다.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하고 지구를 사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평화의 전문가이다. 바로 너와 나,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평화의 주체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평화를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맡겨 왔지만, 이제 우리들 각자가 평화를 창조하고 평화를 실현할 권리와 책임을 되찾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평화는 누구에게 미루거나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평화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도구로 사용할 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목적도 평화라야 하고 그 목적을 이루는 수단 역시 ‘평화의 파워’라야 한다. 경쟁과 갈등과 싸움 뒤에 결과로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이루는 과정 자체가 세상을 치유하고 평화롭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평화의 주체인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평화를 이해하거나 아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워지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 평화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평화를 연구하고 이해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평화를 체험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평화를 체험하고 자신이 가진 평화의 힘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자신도 평화로울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평화를 전할 수 있다.

 평화는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적인 주제나 종교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호흡이고 생명이기 때문에 누구나 찾을 수 있고 누구나 실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평화의 주체’임을 자각하고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평화로 가는 첫 단계는 바로 ‘내’가 평화를 실천하는 주체임을 깨닫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평화와는 반대로 가고 있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인류 문명의 방향을 바꾸어야 할 책임과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이를 자각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족 간에 전쟁을 치르고 반세기가 넘도록 분단되어 있는 나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그리고 강대국에 둘러싸여 국제정세에 따라 안보가 크게 위협받는 나라. 이게 우리 민족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바로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평화의 주체임을 자각하고 평화를 실현한다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도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총장, 한국뇌과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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