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전면개정안’ 이대로는 안 된다
‘의료법 전면개정안’ 이대로는 안 된다
  • 이상권
  • 승인 2007.02.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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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에서 준비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표되었다. 30여년 만에 전면 개정됨에도 불구하고 2006년 8월 28일부터 9차례의 회의를 통해 정부주도로 졸속 확정한 보건복지부개정안은 중요한 항목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의약분업강행사태 이후 최대 이슈가 되었다. 개정안 단계에서 충분히 협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이익집단의 발목잡기로 치부하며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갔고 모든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에서 쟁점사항을 살펴보면 요약해서 ‘의료법’ 및 ‘의료인’의 위상 약화, ‘의업’이라는 전문직의 파괴 및 평가절하, 사이비불법의료행위 조장, ‘의사’에 대한 국가의 통제강화 등이 엿보이며, 현재 기능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파괴 및 국가 의료체계의 성급한 부정을 야기할 수 있는 독소조항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된다.

 첫 장에서 의료법의 목적 자체를 '국민의료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에서 '의료인, 의료기관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 하는 것으로 변경하여(개정안 제1조 제1항), 의료법의 위상 및 적용범위를 축소시키고 있다. 의료의 발전 및 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여 국가의 노력의지를 명확히 규정하여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유사의료행위의 종류, 유사의료행위자의 자격 및 업무범위 등을 규정한 법률(개정안 제122조)에서 ‘①의료인이 아닌 자가 행하여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유사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여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불법의료행위를 인정하여 합법화하려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의료 통제를 강화하고 의료행위의 자율성마저 침해하고 있다. 개정안 제6조에 의해 신설된 질환별 의료행위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표준진료지침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도록 하여 규격화된 통제를 시도하였다. 또한 비의료전문가들이 포함된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를 신설하여(제54조의2), 의료인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를 심각히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매 10년마다 면허갱신제(제30조 제2항), 간호진단,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 및 운영 등의 사항(제40조 간호사 업무)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은 의료인이 병원급 의료기관이나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안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제56조 제3항), 이는 명백히 의료전달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중대한 정책변화이다.

 의사협회에서는 진정 국민을 위해서, 그리고 의료의 발전과 원활한 환경조성을 위해서는 의료법개정 논의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전면 원점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아무쪼록 의료계의 의견에 보건복지부가 전향된 자세로 조급증을 버리고 의료의 백년지계(百年之計)를 도모하는 의료법개정을 이루길 바란다.

<전라북도의사회 정보통신이사, 이상권가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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