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시지푸스의 돌인가
재래시장, 시지푸스의 돌인가
  • 이보원 기자
  • 승인 2007.02.14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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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시장을 살리자며 각급 기관단체들이 재래시장 이용 캠페인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오는 걸 보니 명절이 다가온 모양이다.

 전북지방중소기업청과 전주상공회의소 등 경제관련단체들이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도 조만간 시장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기청 직원들은 어제 그제 이틀동안 어깨띠를 두르고 삼례시장과 남부시장 통에 나섰다. 1년중 경기가 가장 좋아야 할 설대목을 맞았음에도 찾는 이의 발길이 뜸해 의기소침해 있는 상인들의 기를 살리고 시민들에게 재래시장 이용을 권유하기 위해서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에게는 시장바구니도 덤으로 나눠줬다.

 전주상의도 어제 남부시장에서 유관기관 관계자와 상공인등 1백여명이 나서 가두캠페인을 벌이며 재래시장 장보기를 호소했다.

 물론 설이 코앞에 닥친 만큼 반짝 특수야 있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재래시장 상인들의 입에서 ‘신바람 난다’고 말하는 기분좋은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에 치여 고사위기에 직면한 재래시장 상인들의 기를 살리자는 뜻을 폄훼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또 관련기관들이나 단체들의 재래시장을 살리고자하는 몸부림에 박수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반짝 캠페인으로 과연 재래시장은 살릴 수 있는 근본대책이 될 수 있을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언발에 오줌누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 무렵부터 발매 된 재래시장 상품권도 아직 상당부분 교환되지 않고 있는 현상이 재래시장이 처한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지역 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대형마트의 진출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며 지자체들도 단호한 입장이다.

전주지역에서만 홈 플러스와 롯데마트등 대형마트 입점을 둘러싼 찰이 법정소송까지 비화하는 등 지자체와 업체 간 대립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이런 고군분투에도 시장상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이마트, 홈에버, 하나로마트 등 내줄 것은 다 내주고 이제와서 대형매장 진출에 제동을 걸고 나서 뒷북을 치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더구나 지자체의 이런 노력도 머지 않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음은 뻔한 이치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법에 따라 신청한 경제행위를 언제까지 지자체가 행정의 힘으로 누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재래시장 생존 문제는 결국 법과 제도로 풀 수 밖에 없다.

 해지기가 무섭게 인적이 끊어져 버리는 재래시장과는 달리 대형마트들은 심야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대형마트의 상경기를 다소나마 재래시장으로 물꼬를 돌릴 수 있는 법과 제도의 마련은 결국 정부의 몫이다.

 그러지 않고는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아울러 대형마트를 능가하는 품질관리 등 선진 마케팅 기법으로 속박이를 없애는 등 고객감동을 통해 재래시장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회복하려는 상인들의 자구적 노력도 간과돼서는 안된다.

 이대로가다가는 재래시장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시지푸스의 돌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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