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제정파 욕심을 버려라’
‘범여권 제정파 욕심을 버려라’
  • 이병주
  • 승인 2007.02.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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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 최대의 명절인 지난 설 연휴(17∼19일) 동안 도내에서는 각 정당이 연말 대선과 정계개편을 앞두고 민심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벌였다. 이는 설 연휴를 계기로 대선후보 지지도 및 통합신당 창당에 따른 ‘여론시장’이 형성된다는 판단아래 이뤄진 정치권의 민심잡기 샅바싸움이다.

 최근의 정국을 보면 범여권은 통합신당 주도권잡기에 사활을 거는 형국이다. 생활고에 지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만 챙기려는듯한 인상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합신당 추진을 결의하고 정세균(진무장·임실) 의원을 당 의장으로 선출했다.

 당시 정 의장은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는 길이 보이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침반이며 그 나침반이 가리키는 목표점은 대통합신당을 통한 대선 승리”라고 말한 뒤 “대통합 신당 추진의 구체적인 밑그림으로 △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 민주화 평화세력과 양심적 산업화 지식정보화 세력, 시민사회 전문가그룹 등 모든 개인과 집단을 포괄하며 △ 절차적 민주주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대통합 3원칙을 제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집단탈당파 그룹인 ‘통합신당모임’은 “대통합의 중심역”을 자임하며 우리당과 차별화된 신당 행보를 보여주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모임은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대통합 신당을 천명해도 현재의 간판으로는 현실적 동력이 없고 외부의 어느 세력도 선뜻 손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을 견제하는 양상이다.

 범여권의 또다른 축인 민주당은 “우리가 중심이 돼 중도개혁세력이 모이는 통합신당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민주당내 중도계획세력 통합추진위원회 정균환 공동대표는 “대통합신당 추진은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후 “한나라당의 정권창출을 막기 위해서는 중도개혁세력을 규합해야 하는 만큼 민주당이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유능한 인재와 국민신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를 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범여권은 통합신당 창당에는 궤를 함께 하면서도 창당 과정에서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경쟁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이 한창이다.

 열린우리당이나 신당모임이나, 민주당이나 지향점이 똑같기 때문에 누가 먼저 가시적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최근 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의 초청으로 이뤄진 원로들의 만찬에서도 ‘범여권 대통합’의 필요성이 다시한번 강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조세형 고문은 대통합 과정을 ‘백두산 등산’에 비유하면서 “백두산 봉우리는 하나지만 등산로가 여러 개 이듯이 종국에는 하나가 되도록 노력해서 민주화의 전통을 끊지 말아야 한다”며“탈당파가 야속하더라고 끌어 안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의도적인 당내 일부 세력 배제론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원로들의 이러한 주문은 범여권 제 정파들이 저마다의 욕심을 버리고 ‘민주화 세력 대통합’이라는 깃발 아래로 뭉쳐야 한다는 뜻일게다.

 지금처럼 범여권의 제 정파가 통합신당 주도권 싸움만 벌인다면 국민들에겐 정치인들이 ‘대통합’이라는 당초 취지는 저버린 채 오직 12월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얄팍한 정치적 술수로만 비쳐질 것이다.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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