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분야의 기하학
수학분야의 기하학
  • 김인수
  • 승인 2007.02.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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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도형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여러 가지 평면도형과 입체도형을 배우는데 이런 도형의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 분야를 기하학이라고 한다. 평면도형인 다각형 중에는 모든 변의 길이가 같고 모든 내각의 크기가 같은 정다각형이 있고, 입체도형인 다면체 중에는 각 면이 모두 같은 정다각형이며 각 꼭지점에 모인 면의 수가 모두 같은 정다면체가 있다. 그런데 정다각형은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오각형…과 같이 무한히 많지만, 정다면체는 유한 개, 그것도 겨우 다섯 개인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만이 존재한다.

 정다면체가 정확하게 다섯 가지만 존재한다는 이 놀라운 사실은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당시 기하학은 가장 잘 발달된 수학 분야로 완성된 모습을 갖춘 정다면체 이론은 기하학에서 최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이 멋진 정다면체 이론을 어딘가에 써먹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으로 보인다.

 플라톤은 정다면체에 매우 특이한 의미를 부여했다. 엠페도클레스가 주장한 대로 플라톤은 이 세상이 네 가지 원소, 즉 물, 불, 흙, 공기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가 저술한 책인 티마이오스(Timaeus, B.C.350년경)에서 이 네 가지 원소는 모두 작은 입체들의 집합체라는 이론을 제기했다. 게다가 세계는 완벽한 입체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원소들도 반드시 정다면체 꼴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가볍고 날카로운 원소인 불은 정사면체, 가장 안정된 원소인 흙은 정육면체, 가장 활동적이고 유동적인 원소인 물은 가장 쉽게 구를 수 있는 정이십면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팔면체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마주보는 꼭지점을 가볍게 잡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 쉽게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공기의 불안정성을 나타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십이면체는 우주 전체의 형태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플라톤의 이런 주장 때문에 정다면체는 플라톤의 입체도형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플라톤의 이론은 현대적인 시각에서 보면 기묘하고 공상적으로 보이지만, 서구 세계에서는 17세기까지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또한 정다면체는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는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케플러 시대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등 여섯 개의 행성만이 알려져 있었다.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믿은 케플러는 정확하게 여섯 개의 행성이 존재하는 것과 그것들이 태양으로부터 특정한 거리에 위치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인접한 두 행성 사이의 거리가 다섯 가지 정다면체 중 어떤 특정한 다면체와 관련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여섯 개의 행성이 존재한다고 추론했다. 케플러는 약간의 실험을 통해 포개진 정다면체와 구면의 배열을 발견했는데 여섯 개의 각 행성의 궤도는 여섯 개의 구면 중 하나 위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토성의 궤도가 놓여 있는 가장 바깥쪽의 구면에는 정육면체가 내접하고, 그 정육면체에 내접하는 구면 위에 목성의 궤도가 놓인다. 그 구면에 정사면체가 내접하는데, 화성의 궤도는 이 정사면체에 내접한 구면 위에 놓여 있다. 화성의 궤도가 놓여 있는 구면에 정십이면체가 내접하고, 이 다면체에 내접한 구면 위에 지구의 궤도가 놓인다. 그리고 이 구에 내접한 정이십면체에는 금성의 궤도가 놓여 있는 구면이 내접한다. 마지막으로 금성의 궤도가 놓여 있는 구면에 내접한 정팔면체에는 그 위에 수성의 궤도가 놓여 있는 구면이 내접한다. 케플러는 이 놀라운 발견을 설명하기 위해 그린 그림을 그가 1596년에 출판한 책인 신비의 우주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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