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지 한번 밀어 주고서나 욕해라’
‘지방지 한번 밀어 주고서나 욕해라’
  • 김태중
  • 승인 2007.02.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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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디어 비평 언론인 ‘미디어 오늘’에서 투자여력과 마인드를 갖춘 신문사와 그렇지 못한 신문사들의 취재환경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는 신문업계의 양극화 보도를 접했다.

 ‘미디어 오늘’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인물정보를 모아 판매까지 하고 있는 반면, 한 신문사는 수 천 만원이 들어가는 서버증설이 어려워 모아둔 DB도 폐기하고 있다는 보도다. 또 이런 차이는 해외출장에서도 드러나 중국에서 열린 제6회 동계아시안게임에 기자를 보낸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는 4개사 뿐이란다.

 말 그대로 정보싸움인 신문사 지면경쟁에서 열악한 여건 때문에 모아놓은 정보마저 폐기하고, 취재현장을 지켰던 신문사들이 수백만원의 출장비 때문에 해외취재를 포기했다는 것은 현재의 신문 경영현실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다.

 신문산업은 디지털 혁명에 따라 idTV, PVR, Internet, 위성DMB, 지상파DMB, WiBro, IPTV, Mobile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출현과 통신, 방송 등의 융합으로 유비쿼터스 환경이 조성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마인드를 가진 소비자들이 언제 어느 공간에서나 자기가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특히 신문정보가 다른 디지털 매체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면서 신문의 기능마저 도전을 받고 있다.

 이같은 미디어산업의 빅뱅속에 지역신문들의 위기상황은 중앙신문보다 더하다. 중앙집권과 수도권 집중으로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지역신문은 열악한 판매, 광고여건 하에서 그 역할과 기능, 위상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중앙신문의 양극화 못지않게 중앙과 지역신문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돼 지역신문은 존립기반마저 붕괴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지역신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지역언론이 살아야 지방이 살고 지방분권이 이뤄진다’는 대명제 아래 지난 2004년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제정했다. 올해 특별법 시행 3년차를 맞아 전북도민일보가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도민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신문의 자체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역언론의 육성에는 주민들의 지역신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욱 중요하다. 지방뉴스가 실린 지역신문을 보는 주체는 지역주민이고 주민들이 지역과 지역언론을 외면한다면 지역언론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북은 중앙 집중적인 정치, 경제, 사회 권력구조속에서 도민들의 정서가 지역보다는 중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중앙권력적, 중앙지향적으로 남아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앙의 가치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뉴스는 ‘거기서 거기’이고 지역신문 또한 ‘도토리 키재기’라는 중앙 사대주의적 정서 아래서는 지역신문이 스스로 일어설 수 없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모든 게 악순환의 연속이다. 정치 경제가 서울중심이니 지방지가 힘을 못 쓰고, 지방지가 힘을 못 쓰니 이 나라 언론엔 늘 서울찬가만 울려 퍼진다. 지난 100년간 누적된 역사적 모순과 과오의 책임을 외면한 채 ‘시장논리’만을 부르짖는 것 위선이요, 사기다. 지방지들을 욕하더라도 한번 밀어 주고서나 욕해라”고 했다.

 지역언론 진흥은 지역신문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회초리를 들더라도 지역과 지역신문에 대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을 기대해 본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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