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거칠어지고 있다
청소년이 거칠어지고 있다
  • 이인철
  • 승인 2007.02.2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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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학기, 새학년, 신입생 등 새롭게 시작하는 3월이 다가온다. 깨끗한 도화지에 새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라 설레기도 하고 들뜨기도 한 청소년들과는 달리 학부모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요즘 청소년들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자녀를 학교에 내보내기가 두렵고 불안하다. 청소년들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아래도 몰라보고 사회규범이나 공중도덕은 아예 제쳐둔 채 자기생각대로 행동한다. 이러다보니 쉽게 범죄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범죄유형도 대담해지고 포악해져가고 있다.

 동성친구들을 괴롭히며 강제로 성매매를 시키는 악덕포주 역할을 하는 여학생이 등장하는가하면 맘에 안 드는 동급생이나 후배를 남자친구나 그 일행을 시켜서 강간도 서슴치 않는 무서운 청소년들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경찰청이 발표한 2006년 경찰백서의 청소년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절도사건의 경우 전체범죄자중 청소년이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강도사건도 전체범죄의 20%가 청소년이 차지하고 있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들의 폭력도 갈수록 심각하다. 청소년들이 만든 폭력조직인 일진회가 해체된 이후 다시부활조짐이 일고 있다. 왕따 수준이 아닌 극단적 폭력양상을 보이면서 금품갈취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발표한 ‘2006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한 번이라도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전체(전국 3,910명)의 17.3%에 달했다. 2001년 8.6%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와 ‘여학생 폭력 증가’ 현상이 눈에 띈다. 2001년 8.5%에 불과했던 초등학생 피해율은 2006년 17.8%로 늘어났다. 이는 초ㆍ중(16.8%)ㆍ고(8%)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또 피해학생의 77%가 초등학생 때 처음 폭력을 경험하는 등 폭력에 대한 조기 노출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물질주의적가치관이 팽배해진데다 배금주의와 퇴폐향락주의는 유흥업소와 숙박업소, 컴퓨터게임장, 노래방, 비디오방 등을 양산하며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는 뇌에 세로토닌 결핍으로 쉽게 이성이 마비되고 방어·공격 충동이 발동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교육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학교는 청소년이 가정을 떠나 맞이하게 되는 제2의 사회집단으로 교사로부터 교육을 받고 선후배 또는 동급생간에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인격을 연마하는 사회화의 과정이다.

가정을 제외한 아이들의 건전한 육성을 계획적으로 행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학교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아이들은 태어나서 말을 시작하면 곧바로 사교육에 내몰리고 있다. 사교육에 밀려 공교육이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그나마 학교교육은 인격형성과정은 소홀히 한 채 입시위주교육에 치우치고 있다.

 이에 반해 선진국들은 학교폭력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영국은 학교폭력문제에 대해 사법부소속의 소년원에 해당하는 기관이 담당하고 협력기관에서 파견된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컨설턴트가 가해학생의 교육을 담당하며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적용시키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97년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 98년부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제도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도 클린턴대통령이 97년 국정연설에서 청소년범죄 및 갱단에 대한 전면적인 전쟁을 선언하고 10만 명의 지역경찰관을 새로 고용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은 학교, 경찰, 법원, 지역기관과 민간단체가 연계해 가해학생을 관리한다. 지난 95년부터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다른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일단 가해학생을 출석 정지시킨 뒤 ‘스쿨카운슬링’을 받게 한다.

 우리나라도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이제라도 새롭게 논의돼야 한다. 즉, 학교수업의 내실화가 선행될 수 있는 해법이 마련돼야한다. 이럴 때 사교육은 자연스럽게 설자리를 잃게 되며 청소년들의 모든 문제도 학교 안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본보 익산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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